['미인도' 위작 논란] 25년 프랑스 과학감정 묵살한 한국 과학감정은 무엇?

다아트 김연수 기자 2017.01.06 17:32:04

작년 12월 19일 검찰이 공개한 '미인도'. (사진= 연합뉴스)


작년 12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고 천경자 화백의 위작 논란과 관련한 한국 검찰의 발표에 대응하는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다중스펙트럼 광학연구소(Lumiere Technology Multispectral Institute)’의 감정 팀(이하 ‘프랑스 감정 팀’)의 입장 표명 기자 회견이 열렸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몽고메리대 교수는 어머니의 명예 회복을 위해 지난해 4월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전-현직 관계자 6명을 미인도 관련 사자명예훼손, 허위공문서 작성,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12월 19일 검찰은 피의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판결의 가장 중요한 근거로서 “‘미인도’가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맞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검찰은 미인도 진위 여부의 과학적 분석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안목감정단 그리고 천 화백의 유족과 함께 선정한 프랑스 감정 팀에 분석을 의뢰했으며 그 중에서도 아무런 분석 결과를 내지 못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를 제외한 한국과학기술원과 안목감정단의 결과를 바탕으로 "진품" 결론을 내렸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가장 큰 이유는 검찰이 미인도를 진작이라고 판단하며, 위작 결론을 내린 프랑스 감정 팀의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진위 여부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미인도' 감정 보고서에 심층적인 단층분석 방법이 제시되지 않은 점 △프랑스 감정 팀이 사용한 계산식을 천 화백의 다른 작품에 사용했더니 진품일 확률이 4% 수준으로 나온 점 △'장미와 여인'과 비교·분석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프랑스 감정 팀은 자체 개발한 특수카메라(3D 멀티 스펙트럼 카메라)로 미인도와 천 화백의 진작(眞作)들을 촬영한 뒤, 그림 속 인물의 눈과 눈동자, 코, 입 등의 부분으로 나눈 9개 세부 항목들을 1650여 개 단층으로 쪼갰다. 그 쪼갠 것을 수치로 바꿔 비교했더니 문제의 미인도가 진작일 확률은 0.0002%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직접 내한해 한국 검찰의 미인도 진작 결론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장 페니코 사장은 이날 어떤 방식으로 분석이 이뤄졌는지 60여 쪽 분량의 분석 보고서로 설명했고, "한국 검찰이 우리가 제시한 과학적인 보고서 결과를 묵살했을 뿐 아니라 왜곡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작년 12월 19일,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설명하는 배용원 부장검사(왼쪽).(사진=연합뉴스)


다음은 검찰이 밝힌 불기소 사유 중 쟁점이 되고 있는 프랑스 감정 팀의 분석 작업에 대한 내용과 해석, 그리고 이에 대한 프랑스 감정 팀의 반박 내용이다. 

심층적 단층 분석 작업 내용이 없다?

검찰은 프랑스 감정 팀의 결과를 진위 여부 과정에 반영하지 않은 이유로 프랑스 감정 팀이 멀티스펙트럼 카메라를 통해 미인도의 밑그림을 심층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검찰에 제출된 감정서엔 콧망울 이외에는 밑그림 자체에 대한 심층적인 단층 분석 작업의 내용이 없다고 했다. 미인도의 화관, 머리카락, 풀잎, 입술, 배경 부분 등에 다양한 스케치선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 등 밑그림이 숨겨져 있는 것이 확인됐지만 프랑스 감정 팀의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이는 근거로 미인도와 다른 비교 대상인 천 화백의 진작들에서는 압인선이 발견되지만 위작범으로 지목되는 권춘식의 다른 모작에서는 압인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프랑스 감정 팀은 △한국에서 1주일간 촬영을 마치고 1차 분석결과를 가지고 검찰에 가서 8시간 진술하고 촬영한 단층이미지 파일을 작년 9월 27일 제출한 바 있고 프랑스에 돌아가서도 수사 검사들과  밀접하게 연락하며 설명을 해줬고 최종 감정보고서 1부, 단층이미지 파일과 분석보고서 파일, 단층이미지 출력 인쇄본 전체를 페덱스를 통해 작년 11월 11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유족 측 변호인단은 “흔히 골필이라 부르는 이 송곳 같은 도구는 동양화 작법에 흔히 사용되며, 홍익대학교(천 화백이 재직했던) 출신 동양화가 모 화백은 학교 수업 시간에서 골필로 본을 뜨는 것을 배웠다고 증언했다. 많은 화가가 사용하는 이 방법이 미인도에서 발견됐다고 미인도가 천 화백의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엉성한 논리”라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연필선의 흔적 없이 깔끔하게 마감된 천 화백의 작품들과는 달리 미인도에서는 연필선이 육안으로도 발견되는 것이 지속되는 논란 가운데서 수차례 지목되기도 했었다.   

검찰이 과학 감정 결과의 인용에서 할애한 많은 부분은 안료다. 미인도의 머리카락 표현에 사용된 안료와 천 화백의 진작으로 판단되는 ‘테레사 수녀’ ‘여인-측면’에 사용된 안료 성분이 유사하고, 미인도의 입술 부분에 사용된 안료와 ‘나의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테레사 수녀’ ‘여인’에 사용된 입술의 안료도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천 화백이 사용했던 분채(호분)가 주가 되는데, 천 화백은 이에 더해 희귀한 석채 안료를 사용하고 했다. 미인도에서 역시 이 성분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유족 측은 아무리 값비싸고 희귀한 안료일지라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며, 과학적 근거의 자료가 될 수 없다고 대응한다. 

12월 27일 검찰의 결론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내한 한 고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 교수(왼쪽)와 장 페니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다중스펙트럼 광학연구소' 사장. (사진=연합뉴스)



검찰의 계산식 사용할 경우 미인도의 진품 확률은 0.0000000006% 

무엇보다 이 논란에서 가장 쟁점이 된 사항은 감정 팀과 검찰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진품의 계산 확률이다. 감정 팀은 그림 속눈과 눈동자, 코, 입 등 9개의 세부 항목을 나눠 비교했는데 그렇게 부분으로 단층 촬영을 한 것이 각각 1650여 개다. 감정 팀은 보고서에서 “조사가 명백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하나의 디테일, 항상 같은 방식으로 같은 몸짓을 통해 그려진 디테일을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유감스럽게도 모든 작품들은 각각 다르지만 가장 시선을 끌며 시선에 강도를 부여하는 특별히 민감한 디테일이 눈의 흰자위”라며, 그것의 분석에 주안을 뒀다.

하지만, 검찰은 ‘명암대조 표준편차값’을 이용한 계산 방법과 눈동자 흰색 부위의 두께가 비교대상 작품들과 유사해야 진품이라는 감정 팀의 전제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또한, 작가의 의도가 들어간 배경 그림을 제외한 것 역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정 팀의 방법대로 미인도를 제외하고 계산하게 되면 ‘수녀 테레사’의 경우 진품 확률이 4%, 눈의 흰자위의 두께(밝기) 수치를 측정한 뒤 계산해보면 ‘여인-측면’의 진품 확률은 4.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런 발표에 고려대 통계학과의 박민규 교수는 올해 1월 1일 JTBC의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극단 값이 4%라는 이야기다. 4%보다 더 밑으로 나왔다는 것은 오히려 그것이 위작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밝힌다. 수녀테레사의 진품 가능성이 4%인 점과 관계없이 미인도의 진품 확률은 0.0002%로 미인도가 진품 가능성 구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5일 프랑스 감정팀은 파리 현지에서 다시 한 번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검찰이 통계 결과를 왜곡해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감정팀은 “검찰은 표준편차 개념과 표준 편차가 어디에 소용이 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작품에 있어 배경이 중요하다면, 그것 콘트라스트(명암)가 아니라 빛의 분배에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문제 역시 보고서 '증명1b'에서 다뤘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의 계산 공식을 미인도에 적용할 경우, 미인도의 진품 확률은 0.0000000006%로 천문학적으로 더 멀어지는데도 검찰은 이 사실을 고의적으로 숨겼다”고 주장했다. 

5일 프랑스 감정팀은 검찰의 방식대로 계산한 결과를 도표로 만들어 공개했다. (이미지= 해인법률사무소)


검찰의 공정수사 의지에 대한 의문도 나와

한편, 검찰 측에 지속적으로 항변해 온 유족뿐 아니라 언론 배포 과정 등 겉으로 드러나는 이 사건의 정황에서도 검찰 측이 형평성을 유지하며 공정한 수사를 했는지에 대한 의문들이 일부 나오고 있다. 유족 측은 피의자인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 관계자들이 프랑스 감정팀 내한 시, 검찰과 동등한 위치로 회의에 참석하는 한편, 유족들은 검찰의 협박에 가까운 명령으로 미인도의 근처엔 가보지도 못했다고 전한다. 

여기에 “10월 초, 감정팀이 감정을 마치고 출국한 후, 곧 바로 국내의 9명 안목감정위원들을 불러 모아 안목감정을 따로 실시했다. 검찰은 이들 안목감정위원들의 명단을 끝내 공개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프랑스 감정팀이 발표를 할 때마다 국현 측은 발 빠르게 반박 보도문을 내곤 했는데, JTBC의 ‘프랑스 감정단의 미인도 위작 결론’ 보도가 있던 다음 날, 국현은 빠른 반박 보도 자료를 내 놨다. 그런 발 빠른 언론 대응은 이번 프랑스 감정 팀의 내한 기자 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감정팀의 보고서에 대한 국현의 반박 보도문 배포는 감정 팀의 기자회견 중에 이뤄졌는데, 그 내용은 프랑스 감정팀의 계산 방법의 오류를 지적한 것으로 검찰이 주장한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의문점은 그 보고서를 국현 측이 입수한 경위다. 27일 국현이 배포한 보도 자료는 검찰 발표를 그대로 옮긴 것이라 치더라도 JTBC의 보도 직후 배포된 보도 자료는 보고서 전문을 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 천 화백 유족 측 변호인단의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12월 27일의 기자 회견장에서는 자신을 통계 전문가라고 소개한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가 자신은 위작 여부에는 관심이 없고, 학생들을 가르치기에 좋은 예시라 생각돼 관심이 있어 직접 계산을 다 해봤는데, "진작들끼리 서로 위작 판결을 내고 있더라"며, “프랑스 감정단의 계산법이 너무나도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대략적인 내용은 검찰의 주장과 비슷하게 들렸다. 그래서 유족 측이 그에게 보고서의 입수 경위를 물으니 그는 “다 수가 있다”고 대답했다. 

감정팀은 5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은 우리에게 수차례 이메일을 보내 보고서를 절대 언론에 미리 알리지 말라고 했으면서도, 현대미술관에는 우리의 동의 없이 보고서를 미리 보내서 검찰의 공식발표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우리의 보고서를 왜곡하는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미인도' 감정 보고서를 설명하는 장 페니코 사장. (사진= 연합뉴스)

유족 측 변호인단은 검찰 자료에 반박하는 보도문을 통해 “검찰 자체의 과학적 수사라는 것은 그럴듯하게 조합해 만든 조작의 결과”라며, “검찰이 형평성을 읽고 수사를 피의자인 국현과 결탁 진행한 것은 유족과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해 “안목감정단의 명단과 의견의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국민이 민주 사회가 바로서기를 열망하는 이 시점에서, 그간 온갖 악행을 저질러 온 미술계 인사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돈만 되면 무엇이든지 용인되고 가짜가 공공연히 판을 치는 현 미술계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 변호인단은 앞으로 항고와 더불어 정부와 관련 개인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하며 추가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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