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아날로그 감성 건드린 ‘캣츠’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뮤지컬 홍보 마케팅 전략의 진화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7.04.21 13:30:37

(CNB저널 = 김금영 기자) 5월 가정의 달이 다가오면서 공연계에도 가족 단위 관람객을 끌어 들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무대에 오른 공연들은 물론, 상반기 개막을 앞둔 공연에 대한 정보도 미리 알리면서 이 관심을 추후 공연에까지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노린 두 공연이 눈길을 끈다.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즐기는 ‘캣츠’의 티저 리플렛


7월 내한 공연을 펼치는 뮤지컬 '캣츠'.(사진=클립서비스)

설앤컴퍼니의 효자 작품인 ‘캣츠’가 7월 내한공연 막을 올린다. 캣츠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가 콤비를 이뤄 탄생시킨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다. 대표곡인 ‘메모리(Memory)’는 멜로디만 살짝 들려줘도 알아들을 정도로 유명하다. 전 세계 30개국에서 9000회 이상 공연됐으며, 관람한 관객만도 7300만 명에 이른다. 그래서 꼭 홍보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캣츠는 고심했다. 이미 자리를 굳힌 흥행 뮤지컬이긴 하지만, 매년 수많은 공연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쏟아져 나온다. 언제까지고 ‘그 유명한 캣츠’라는 브랜드에만 기댈 수도 없는 노릇. 캣츠의 기존 팬과 더불어, 아직 캣츠를 모르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다시 공연을 알릴 기회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번 공연 홍보 때 새로운 전략을 취했다. 영화, 가요계에서는 본 작품을 공개하기 전 엑기스를 살짝 공개하는 티저 영상 홍보가 대세다. 뮤지컬계에서도 티저 영상이 특별하진 않다. 지하철에 가더라도 뮤지컬 예고편 영상이 무수히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캣츠는 여기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더한 ‘티저 리플렛’을 만들었다.


리플렛은 공연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대개 A4 용지의 크기에 흐물흐물한 재질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새롭게 디자인된 캣츠 리플렛은 탄탄한 하드보드지 재질로 만들어졌다. 잘 구겨지지 않고, 크기 또한 A4 용지보다 작게, 한 손에 들고 부채처럼 부칠 수 있는 크기 정도로 만들어졌다. 크기나 재질적인 면에서 공연장에 놓인 수많은 리플렛 중 눈에 띄었다.


극장에 비치된 공간에 다양한 공간의 리플렛이 모여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그리고 여기에 굉장히 단순한 디자인을 취했다. 일반적인 리플렛에는 공연에 관한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그런데 캣츠 리플렛에는 얼굴을 가린 고양이의 머리 부분만 보이고, 그 위에 ‘캣츠 내한공연’이라고만 적혀 있다. 그래서 더 궁금증을 자아낸다. 티저 영상 속 한 부분을 캡처한 것 같은 디자인이다.


그런데 이 리플렛이 관객들 사이 화제가 된 건 직접 손으로 알아내는 정보 효과 덕분. 리플렛을 잘 보면 뜯을 수 있는 절취선이 있다. 이 절취선을 따라서 뜯으면 숨어 있던 공연에 관한 정보가 나타난다. ‘2017.7 서울 새로워진 캣츠가 온다!’는 대표 문구와 함께 리플렛에 담긴 고양이에 대한 정보도 ‘후 엠 아이(Who am I)?’라는 글과 함께 등장한다.


하지만 이 고양이가 정확히 어떤 고양이인지 이름은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특징을 알려준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아기 고양이에요. 머리 스타일부터 몸 곳곳이 다채롭고 짙어진 컬러감의 털로 변신했지요~ 호기심 많은 저의 개성이 외모에도 그대로 느껴져서 너무 좋아요~” 등이다.


'캣츠'의 한정판 티저 리플렛과 기본 리플렛. 티저 리플렛은 단순한 디자인에 절취선을 따라서 뜯으면 공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사진=김금영 기자)

캣츠의 홍보를 맡은 클립서비스 측은 “각 문구는 고양이의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는 내용을 담아, 고양이에 대한 흥미를 더욱 자극하도록 했다. 리플렛에는 총 세 마리의 고양이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들은 공연 마니아라면 알아볼 수 있는, 캣츠의 대표 인기 캐릭터다.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이 고양이들의 리플렛의 주인공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 세계를 찾은 캣츠 공연의 모습을 상징하는 리플렛 또한 만들었다.


클립서비스 측은 “리플렛은 각 캐릭터마다 5000부 한정으로 제작해 4월 14일까지 각 공연장 리플렛 설치 구간에 배포했다. 한정판이라는 의미가 붙어 공연 마니아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 측면이 있다. 또 각 고양이 캐릭터마다 팬들이 있어서 마치 상품을 모으는 것처럼 리플렛을 모으는 관객의 모습도 발견했다”며 “마치 어릴 때 종이 인형을 가지고 놀듯, 절취선을 손으로 뜯는 그 느낌과, 뜯어냈을 때 나타나는 정보에 흥미를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최첨단 기술로 인해 여기저기서 화려한 기술을 살린 홍보 영상이 만연하는 가운데 오히려 손으로 직접 뜯는 방식이 눈길을 끈 것.


관련해 관객들이 티저 리플렛을 활용하는 영상 등도 SNS에 올라왔다. 절취선을 뜯은 부분을 흔들면 마치 고양이 꼬리를 흔드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된다. 여기에 실제 키우는 고양이가 달려드는 영상이 SNS상 공유됐다. 캣츠 측으로서는 관객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를 본 셈. 클립서비스 측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담은 한정판 리플렛과 더불어, 이 리플렛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영상도 함께 만들어 즐길 수 있도록 했다”며 “흔한 리플렛 공식을 벗어난 이번 시도에 관객들이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보였다. 추후 더 보완 및 개발을 거쳐 흥미로운 결과물을 앞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관객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메인 포스터.(사진=프레인)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본격 개막에 앞서 편지 한통을 받았다. ‘친애하는 프란체스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편지는 ‘당신을 사랑하는 로버트’로 끝을 맺었다. 프란체스카와 로버트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이다. 이뤄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에 빠진 이들의 상황과 마음이 편지를 통해 느껴졌다.


캣츠가 손으로 직접 뜯어서 즐기는 티저 리플렛으로 눈길을 끌었다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요즘 시대에는 잘 쓰이지 않는 편지로 사람들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핸드폰으로 바로바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직접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을 적는 모습은 점차 사라졌다. 그 시대의 두근거리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홍보 전략으로 끌어 왔다.


홍보를 맡은 프레인 측은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편지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극 속 프란체스카와 로버트는 나흘간의 짧은 만남 이후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그 안타깝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준 매개체가 바로 편지”라며 “이에 편지를 통해 주인공들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살린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편지(왼쪽)와 멜로디카드. 편지에는 극 중 프란체스카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로버트의 심정이 적혔다. 멜로디카드를 열면 프란체스카의 노래 중 '투 빌드 어 홈(To build a home)'의 전주가 흘러나온다.(사진=김금영 기자)

편지와 더불어 멜로디카드 또한 만들었다. 뮤지컬에서 프란체스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부르는 노래 ‘투 빌드 어 홈(To build a home)’의 전주가 카드를 펼치는 순간 흘러나온다. 그리고 카드엔 “당신을 사랑하오. 깊이. 완벽하게. 그리고 언제나 그럴 것이오”라는 문구가 적혔다. 로버트가 프란체스카에게 편지로 적어 보낸 고백이다.


편지와 멜로디카드 모두 그냥 봐서는 열렬한 러브레터다. 공연에 대한 너무 자세한 정보는 노출시키지 않고 절절한 사랑의 감성, 그리고 음악을 담아 호기심을 자아내는 데 주력했다. 이 멜로디카드는 온라인 이벤트를 통해 50명의 관객에게 보내졌다. 멜로디카드를 받아 본 관객들은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아! 이 멜로디!” 하고 탄성을 외치게 된다.


프란체스카 역을 맡은 옥주현 또한 공연 프레스콜에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강조하며, 본격 개막 이전 이어졌던 아날로그 마케팅을 뒷받침했다. 옥주현은 “만약 극 속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에게 핸드폰이나 삐삐가 있었더라면 이야기가 조금 덜 아름다웠을 것 같다. 시대가 발전하고 기계가 더욱 발전하면서 로맨틱함은 점점 사라졌다. 그래서 더 들꽃 같은 느낌의 감성을 건드리는 이야기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날로그적이고 풋풋한 느낌을 음악에서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다른 대극장 공연에서는 전자 시스템으로 이어져서 버튼을 출력해 음을 뽑아내는 식으로 피아노가 많이 쓰이는데, 이 공연은 그랜드피아노를 사용했다. 오래된 나무의 소리가 그대로 공연장에 울려 퍼진다. 그래서 배우들이 노래하기 이전에 들리는 음악만으로도 감동을 전해준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이런 애틋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우리 공연의 가장 큰 무기”라고 말했다.


버스 정류장에 초록 넝쿨을 주렁주렁 달아 극 중 분위기를 전달한 마케팅도 눈에 띄었다.(사진=프레인)

이밖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버스 정류장에 초록 넝쿨이 주렁주렁 얽혀 올라간 쉘터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버스 쉘터를 담벼락 삼아 피토니아 넝쿨을 설치했다. 먼저 공개됐던 포스터 속 풍경을 현실로 끌어 들이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를 위해 가드닝 전문 브랜드 슬로우파마씨의 도움도 받았다.


공연 자체의 힘은 중요하다. 하지만 경쟁 포화 시대에 이젠 새로운 마케팅 전략들이 공연을 뒷받침 하기 위해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서고 있다. 캣츠 홍보를 맡은 클립서비스 측은 “평소 다른 공연들은 어떻게 홍보 전략을 펼치는지 열심히 탐구하고 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많이 보이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는다”며 “앞으로 공연계에서 그간의 정형화된 방식이 아닌, 더욱 색다른 마케팅이 많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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