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린 네거티브 필름도 역사를 기억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아크람 자타리의 국내 첫 개인전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8.05.10 11:21:51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2017).(사진=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관장 페랑 바렌브리트)과 공동주최로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전을 5월 11일~8월 19일 서울관 제 5전시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2014년 ‘쉬린 네샤트’, 2017년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에 이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비서구권 현대미술 소개 기획전 중 하나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과 휴웨이 추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레바논 출신 작가 아크람 자타리의 한국 첫 개인전이라는 의미도 있다. 아크람 자타리는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레바논관 대표로 작품을 출품했고, 2006년과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18년 강원국제비엔날레에 참여했고, 2011년에는 양현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크람 자타리는 레바논 독재정권이 무너진 1997년, 동료 사진작가 푸아드 엘쿠리, 사머 모흐다드와 함께 아랍 문화권의 시각이미지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능동적 주체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아랍이미지재단을 공동 설립했다. 이 재단은 식민지 시대 스튜디오 사진부터 일반인들의 가족 앨범, 건축가의 도시 기록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양의 사진을 수집했다.

 

처음에는 이들 사진 아카이브를 연구, 분석하고 이미지를 대여하는 데까지 멈췄던 아랍이미지재단의 문제의식은 ‘아카이브야말로 과거로부터 왔지만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인식에 이르렀다. 그리고 사진 이미지 속 사건과 인물만이 기록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공유하고 보존하고 기억하는 방식까지 주목해야 한다는 판단을 도출해낸다.

 

녹아내린 네거티브 필름이나 인화지의 구겨진 자국까지 모든 화학적 반응과 그 반응을 이끌어낸 시간의 흐름, 보존 상태 그리고 독재 시절의 지난함, 전쟁의 불안정 상태 등 역사 해석에 사진 내용만큼이나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점에 주목한다.

 

아크람 자타리, ‘사진으로 본 사람들과 현시대’(2010).(사진=국립현대미술관)

아크람 자타리는 다양한 역사 서술을 위해 수집한 사진들을 관찰하고, 분류하고, 보존하면서 본인의 작업 의도와 어울리는 사진들을 선택하여 재촬영하거나, 우연의 결과물을 차용하고, 사진과 필름의 물성 자체를 작업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런 작업은 사진 속 인물이나 사건을 과거의 역사로 단순화하는 오류에서 벗어나 창의적 재해석의 공간을 열어준다. 이번 전시에 나온 출품작들은 작가가 재단이 구축하고 있는 50만 점 이상의 아카이브 사진 오브제에서 연구, 분류해 재작업한 사진, 영상, 설치물 등 30여 점이다.

 

전시명이기도 한 ‘사진에 저항하다’(2017)는 한 세트를 이루는 12개의 조각들을 디지털 방식으로 외형이 가공된 판에 올려 만들었다. 오래 돼 주름과 마모가 생긴 젤라틴 네거티브 필름의 3D 스캔을 재현한 것으로, 형체만을 저장하는 블라인드 이미지 스캐너에 의존한 채 서술적, 미학적인 전통에서 사진을 해방시키고 유기적인 특성을 가진 물질로 되돌려 놓는다. 문자 그대로 사진 매체의 관념적 정의에 대한 ‘대항’의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결합’, ‘비교’, ‘참조’ 등 다양한 의미를 나타낸다.

 

‘얼굴을 맞대고’(2017)는 1940년대 초 트리폴리를 기반으로 활동한 사진작가 안트라닉 아누치안이 제작한 인물 사진의 유리판을 근접 촬영한 것이다. 이 유리판들은 서로 달라붙은 채로 발견되었는데, 자타리는 그 중 2개의 유리판을 선택해 작업에 사용했다. 이 작품은 제복을 입은 프랑스 군인들의 얼굴이 그들이 통치하던 지역 주민의 모습을 투과하는 듯이 이미지가 겹쳐있는 데 이를 통해 작가는 식민지의 고단함을 현대로 소환한다.

 

이 전시는 지난해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을 시작으로 독일 K21 현대미술관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세 번째로 열린다. 올해 가을에는 이집트 사르쟈미술재단으로 옮겨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바르토메우 바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직접 전시의 기획의도와 출품작을 소개하는 MMCA 전시토크와 렉쳐 및 워크숍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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