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북] 이차원 인간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9.04.15 10:17:11

뉴욕에서 디자인 스튜디오 O.O.P.S를 운영하며 척 클로스터먼, 릭 무디, 클래리스 리스펙터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의 책 표지를 디자인한 폴 사어는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그래픽디자이너이자, 스토리텔러다. 그런 그가 자신의 디자인 인생을 풀어낸 책이다. 그래픽디자인이 무엇이고, 그래픽디자이너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엮어 설명한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됐다. 1장 ‘혼돈’은 디자인과 전혀 무관한 생활을 하던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그럼에도 서서히 예술적 영역으로 접어들던 때를 회상한다. 친구 더그의 보수적인 어머니의 손에 산산조각난 LP와 갈기갈기 찢긴 앨범의 커버 이야기는 당시 인기를 끌던 반항적 록음악에 대한 해설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바라본 커버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교묘하게 맞물린 대목이다. 또 하키 광팬이었던 아버지가 손수 제작한 하키팀 연보는 이차원적 작업에 대한 실질적 경험이었고, 이후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일과 연결됨을 시사한다.

2장 ‘질서’는 켄트 주립대학교 디자인학과에 진학해 디자인이라는 개념부터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곳에서 j.찰스 워커를 만나면서 “디자인의 부재는 혼돈이다. 디자인이 질서”라는 정의를 배운다. 그리고 “우리 주변 모든 것은, 자연을 제외하면, 이미 어떤 식으로든 디자인된 것”이라고 여기며 디자이너의 역할은 질서를 부여하고, 명확히 하고, 때로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차츰 아름다움과 질서는 종종 실수와 계획되지 않은 것에서 오기도 함을 인정하면서 더 나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연구하고 몰두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3장 ‘엔트로피’는 그래픽디자이너가 된 이후의 생활과 고민을 다룬다. 대학 시절 자신을 질서(=디자인)를 창조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애를 써온 지은이가 그래픽디자이너로서 사회에 진출하면서 겪는 다양한 고충, 실패, 그럼에도 디자인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일에 대한 열정을 털어놓는다. 특히 록밴드 스틸리 댄과의 작업 일화나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유력 매체와 세계적 작품의 표지를 작업하면서 경험한 협업의 의미, 간과했거나 실패했던 결과물에 대한 가감 없는 자기 성찰을 들려준다.

폴 사어 지음, 박찬원 옮김 / 2만원 / 아트북스 펴냄 / 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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