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기업] PART 1. “변치 않는 플라스틱과 영원한 사랑의 역설적인 만남”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9.09.06 10:31:15

KT&G 상상마당 홍대 전시장 4~5층 공간을 두 전시가 채웠다. ‘플라스틱 오염’을 주제로 한 ‘플라스틱 러브’전 그리고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 프로그램 올해의 최종 작가인 김승구의 ‘밤섬’전이다. 언뜻 봤을 땐 독립돼 보이는 두 전시를 자세히 살펴보다보니 발견되는 연결고리가 흥미로웠다.

① 제6회 다방 프로젝트 ‘플라스틱 러브’전

 

‘플라스틱 러브’전 전시장 입구. 사진 = 김금영 기자

KT&G 상상마당 홍대 4층 전시장에서는 9월 22일까지 ‘플라스틱 러브’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KT&G 상상마당이 2014년부터 매년 진행해 온 ‘다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다방 프로젝트는 작가들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 기획자들이 협업해 동시대 예술을 고민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프로젝트다.

‘플라스틱 러브’전이 여타의 환경 주제 전시들과 차별화를 두는 것도 이 지점이다. 일반적인 전시에서는 작가들과의 의견 교류를 통해 전시 주제와 방향을 설정하거나, 갤러리·미술관 측이 정한 전시 주제가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플라스틱 러브’전이 열리는 전시장. 환경오염을 주제로 한 작가들의 작업을 전시한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플라스틱 러브’전은 환경오염이라는 전시 주제를 작가에게만 맡겨두지 않았다. 홍수열 자원순환 사회경제 연구소장, 김한민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활동가/작가, 윤호섭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그린 디자이너, 정다운 카페 보틀팩토리 대표가 패널로 참여해 전시가 이뤄지기 전 시간을 두고 전시 참여 작가들과 세 차례 워크숍을 가졌다. 그 결과물이 바로 ‘플라스틱 러브’전이다.

문정원 KT&G 상상마당 시각예술팀 큐레이터는 “워크숍에서 국내·외 플라스틱 문제 현황, 해양 생태계 플라스틱 오염, 실천적 예술과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 없는 삶을 표방하는 환경운동)를 위한 일상의 실천들에 관한 강연 및 대담이 이뤄졌다”며 “기존에 자신의 작업을 이어오던 작가들이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보다 사고의 확장을 넓히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유화수 작가는 무단 투기된 쓰레기더미에서 가져온 플라스틱 간판을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엔 권도연, 유화수, 정혜성, 프래그랩(PRAG-LAB, 이건희, 조민정, 최현택) 작가들이 참여해 사진, 영상, 설치 작품 12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유화수 작가의 플라스틱 간판 작업이다. 반짝반짝 불을 밝히는 이 간판은 무단 투기된 쓰레기더미에서 작가가 발굴해 왔다. 기능을 잃어버린 채 방치됐던 쓰레기가 작가의 손길을 입어 작품으로 재탄생한 것.

특히 작가는 이 간판들로 밥 딜런의 곡명에서 착안한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를 구성해 눈길을 끈다. 문정원 큐레이터는 “본래의 가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사람들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 봐야 진정한 인생을 깨달을까?’ 등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며 “유화수는 이 문구를 환경 문제로 끌어와 우리가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게 될 것인지, 언제까지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것인지, 그 대답은 바람에 실려 있다는 제목처럼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권도연 작가의 작업은 개인적인 기억에 기초한다. 어린 시절 자주 갔던 버려진 공터에서 마주했던 귀여운 강아지로부터 ‘섬광 기억’(2017~)이 비롯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썩지 않는 플라스틱과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랑의 영속성

 

권도연 작가는 ‘섬광 기억 – 콩나물’(2019)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위에 올라서 있는 작은 동물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유화수 작가의 설치 작업에 이어 권도연 작가의 사진 작업이 기다린다. 작가의 작업은 개인적인 기억에 기초한다. 어린 시절 자주 갔던 버려진 공터에서 마주했던 귀여운 강아지로부터 ‘섬광 기억’(2017~)이 비롯됐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섬광 기억 – 콩나물’(2019)에 작가는 개인의 기억에 환경 문제까지 접목했다. 그는 어릴 적 동네 쓰레기장에서 살던 작고 마른 흰 개를 ‘콩나물’이라 불렀다. ‘섬광 기억 – 콩나물’에서는 콩나물이 쓰레기더미 위에 올라서 있다.

문정원 큐레이터는 “권도연은 땅에서 유물을 발굴하듯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땅을 관찰했고, 여기서 발견한 캔, 스티로폼, 그리고 그 주위를 맴도는 유기 동물들 사진을 찍었다”며 “그는 쓰레기와 유기 동물 모두 인간이 버린 존재라는 공통점을 발견했고, 이 이야기를 ‘섬광 기억 – 콩나물’에서 쓸쓸하고 아련한 이미지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정혜정 작가는 ‘한강 파라다이스’(2019) 작업에서 카메라를 설치한 오리배를 강에 띄워 수면 위를 부유하게 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권도연 작가의 작업이 개인의 기억에 근원을 뒀다면, 정혜정 작가는 ‘걷는다’는 소소한 행위로부터 작업을 출발시킨다. 육지는 두 발로 걷고, 바다에서는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이번 작업에서 선보이는 ‘한강 파라다이스’(2019)에서는 카메라를 설치한 오리배를 강에 띄워 수면 위를 부유하게 했다. 강에 띄워진 이 오리배는 한강에서 주운 쓰레기로 구성됐다.

문정원 큐레이터는 “정혜정의 영상 작업을 보면 인간이 아닌 플라스틱 오리 로봇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이를 통해 작가는 생태주의적 관점으로 확장된 시야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인간중심적인 사고의 전복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정혜정 작가는 영상 작업뿐 아니라 회화 작업도 선보인다. 한강에서 주운 플라스틱 쓰레기 등으로 만들어진 배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마지막으로 이건희, 조민정, 최현택으로 구성된 디자인 스튜디오 프래그의 연구소인 프래그랩은 이번 전시에 ‘데스크 팩토리’(2019)를 선보인다. 앞선 작가들의 작품들이 시각적인 측면에 집중했다면, 이들은 직접 체험하는 과정에 주안점을 두며 전시장에 작은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만들었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기계에 넣으면 분쇄가 되고, 이 분쇄물을 녹여서 형틀에 넣어 식힌 뒤 새로운 창조물을 선보이는 작업이다. 특히 반지 등 사랑을 전달하는 대표적인 매개체인 보석과 같은 형태를 만들어 눈길을 끈다.

문정원 큐레이터는 “프래그랩의 작업은 최종적으로 전시의 주제와도 귀결된다”며 “플라스틱 쓰레기는 영속적으로 썩지 않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사랑은 사람들이 영원하길 바라는 아름다운 가치다. 서로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존재는 ‘영속성’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게 연결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전시는 ‘플라스틱 러브’라는 다소 반어적인 용어를 통해 현 시대의 환경문제를 파고들고자 한다”며 “또한 형태가 바뀔지라도 본질이 쉽게 변하지 않고, 미세하게 쪼개지지만 사라지지 않는 성질을 가졌음에도 일회용품으로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에 대해 역설하고, 재활용 문제를 생태주의적 관점을 통해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한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건희, 조민정, 최현택으로 구성된 디자인 스튜디오 프래그의 연구소인 프래그랩은 이번 전시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데스크 팩토리’(2019)를 선보인다. 사진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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