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은’ 현대자동차 예술 후원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9.11.26 11:41:45

‘MMCA 현대차 시리즈’ 올해 선정 작가인 박찬경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전시장. 사진 = 김금영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겉은 번지르르한 반면 실속이 없는 현상을 비판할 때 많이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은 경우도 있다. 현대자동차 예술 후원 현장에서 느낀 점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박찬경 작가의 전시 ‘모임’전 현장을 최근 찾았다.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자동차가 2014년부터 함께 해온 ‘MMCA 현대차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매년 국내 중진작가 1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앞서 열렸던 임흥순(2017), 최정화(2018) 작가의 전시 현장 또한 방문했던 바 있다.

세 작가의 전시 모두 대대적인 규모라는 데 공통점이 있었다. 작가들의 기존 작업의 흐름을 짚어주는 동시에, 작품 전시 재탕에 그치지 않고 항상 신작을 포함시켰다. 특히 최정화 작가는 사람들이 쓰던 식기를 기증받아 9m 크기의 대형 작업 ‘민들레’를 국립현대미술관 앞마당에 설치했는데, 규모와 화제성 측면에서 모두 인상적이었다. 이번 박찬경 작가의 전시 또한 풍부한 구성이 흥미로웠다. ‘MMCA 현대차 시리즈’를 거쳐 간 작가들은 모두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자동차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마음껏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초 평창동계올림픽, 동계패럴림픽 현장에 마련됐던 ‘현대자동차 파빌리온’ 프로젝트 현장. 현대자동차는 영국 건축가 아시프 칸과의 협업으로, 수소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예술계 여러 현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이름이 흔히 보였다. 수많은 기업들이 예술 후원을 이어가는 가운데 유독 현대자동차의 이름이 눈에 띈 건 그 후원 형태가 매우 다양했기 때문. 때로는 후원, 때로는 전시 기획 참여의 형태로 예술 후원을 꾸준히 이어 왔다.

그 와중 자사의 정체성을 예술에 녹여들어 선보이는 시도도 있었다. 지난해 초 평창동계올림픽, 동계패럴림픽 현장에 마련됐던 ‘현대자동차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영국 건축가 아시프 칸과의 협업 전시를 선보였다. 주제는 ‘수소 에너지’였는데 수소 자동차는 단 한 대도 전시하지 않고, 수소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했다. 이른바 자동차 회사가 마련한, 자동차 한 대 없는 전시.

현대자동차가 예술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건 내부에 구성된 아트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2년 전부터 아트 마케팅을 전담하는 아트랩을 조성해 운영해 왔다. 예술에 문외한이 아닌 전문가를 내부에 두고 체계적인 기획을 꾸리는 것.

 

11월 22일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개막한 이예승 작가의 전시 현장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기업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던 한 작가는 “기업 내부에 예술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예술을 사업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려 하니 시선이 편협해지고, 일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균형이 중요하다고 털어놓기도 했었다. 기업들이 예술 후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던 초기 시절엔 후원, 협찬사에 이름을 올리는 정도였으나 이제 현대자동차의 아트랩처럼 내부에 전문팀을 두거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형식뿐 아니라 구색도 제대로 갖추기 위해 신경 쓰는 추세다. 사무실에서 작가들의 자료 및 문서 확인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발로 뛰며 작가들과 직접 접촉하는 건 당연하다.

박찬경 작가의 전시 현장을 비롯해 지난 금요일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열린 이예승 작가의 전시 오프닝 현장에서도 아트랩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예승 작가의 ‘변수풍경’전은 현대자동차가 미디어아트기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와 공동 기획은 두 번째 글로벌 전시 프로젝트로, 서울을 비롯해 북경, 모스크바 3개 지역의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전시를 선보인다.

 

자동차 파이프를 연상케 하는 구조물이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건물 층층을 장식한 가운데 첨단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이예승 작가의 작품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 흥미로웠다. 전문적인 작품 전시 공간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보는 전시와는 또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현대자동차와 영국 테이트 미술관의 장기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현대 커미션: 카라 워커: 폰즈 아메리카누스(Fons Americanus)’전이 내년 4월 5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카라 워커의 전시 작품. 사진 = 현대 커미션: 카라 워커(Hyundai Commission: Kara Walker) © Ben Fisher Photography

이밖에 현대자동차는 미국 LA 카운티 미술관, 영국 테이트모던 등 해외 예술 기관과의 협업 등 국내를 넘어 해외와 예술 가치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해 왔다. 대표적으로 테이트모던 터바인 홀에서 올해 다섯 번째를 맞이한 ‘현대 커미션’ 프로젝트 등이 있다.

현대자동차 조원홍 고객경험본부장(부사장)은 “자동차의 기술만 강조해서는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자동차를 구매하고 삶에 이용하는 과정 모두에 품격 있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기술을 기술 그대로가 아니라 예술과 결합해 보여주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하며 이로 인해 많은 영감을 제공하는 현대미술은 현대자동차의 비전과도 맞닿는다”고 브랜드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첨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서 오히려 보다 감동을 줄 수 있는 건 인간의 손길을 거친, 인간적인 매력과 감성이 넘치는 콘텐츠다. 원초적인 인간의 감성은 획일적이지도, 천편일률적이지도 않기 때문. 개성적으로 풀어낼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한 분야다. 이에 기업들 또한 ‘감성 마케팅’의 차원에서 예술계에 눈을 돌려 왔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 후원 형태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현대자동차가 다양한 형태로 이어오고 있는 예술 후원 활동에 더욱 눈길이 간다. 앞으로 또 어떤 소문난 잔치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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