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기업] PART 3. “와인과 예술은 닮은꼴”

신세계 L&B 이은지 CSR팀 과장·상품운영팀 김시균 팀장과의 일문일답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9.11.28 16:29:45

신세계 L&B 이은지 CSR팀 과장(왼쪽), 상품운영팀 김시균 팀장. 사진 = 김금영 기자

와인이 예술을 입었다. 지난해 신세계 L&B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와인 레이블에 입힌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 와인을 진행한 것에 이어 올해 서울문화재단과 손을 잡고 공예 작가 후원 전시 ‘테이스팅, 취향의 발견’을 선보인 것.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부터 이번 전시까지, 신세계 L&B와 예술의 만남 그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신세계 L&B 김시윤 상품운영팀 팀장. 사진 = 신세계 L&B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김창열, 윤명로, 박서보 작가의 작품, 올해 황규백 작가의 작품을 담은 와인을 출시해 주목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나?

김시균 팀장 “상품을 소싱하는 상품운영팀과 마케팅팀이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팀이 공예작가 지원 프로젝트를 각각 맡아 진행했다. 신세계 L&B는 물론 신세계 그룹 각사는 회사별 역량을 활용해 문화사업과 관련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와인을 포함해 식음료 업계는 그 어느 분야보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한다. 맛과 가격 등 일반적인 요소로는 차별화의 한계가 있다. 특별하고 품격 있는 패키징으로 상품가치를 더하고자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참여 작가는 어떻게 선정됐는가?

김시균 팀장 “와인이 지닌 명성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작가들을 매칭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만든 이의 정성과 스토리가 녹아 있는 결정체가 와인이기에, 개인의 스토리가 탄탄한 작가들의 작품이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 작가들의 코멘트나 인터뷰 자료, 전문가들의 작품 해설을 찾아 꼼꼼히 읽어본 뒤 가장 스토리가 맞을 만한 와인을 골랐다. 미술 업계에 근무하는 분들에게도 자문을 구했고, 와인 생산자들과도 충분히 소통하는 기간을 거쳐 최종 매칭을 결정했다. 협업 제안을 받은 작가들이 흔쾌히 응해줘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가 탄생할 수 있었다.”

 

와인앤모어 청담점 내부에 와인과 함께 ‘테이스팅, 취향의 전시’전을 알리는 자료가 함께 비치된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와인의 히스토리와 작가의 작품이 어우러진 그 스토리를 소개하자면?

김시균 팀장 “‘이기갈 에르미타쥐 루즈 와인’은 30년 이상 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만 양조해, 이 와인을 위해 맞춤 제작한 오크통에서 3년 숙성해 출시된다. 최고의 한 방울을 빚기 위해 애쓰는 와인 메이커의 삶과, 40년 이상 ‘물방울’ 시리즈를 그리며 작업에 집중해 온 김창열 작가의 삶이 맞닿았다.

‘투핸즈 싱글 빈야드 와인’은 오너 와인 메이커가 2000개 분량의 배럴(Barrel, 와인을 저장 및 숙성하기 위한 통)을 일일이 시음해본 뒤 좋은 원액만 따로 골라 만든 와인이다. 시장의 짧은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와인 메이커의 직관과 입맛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아방가르드 예술 역시 긴 설명이나 해설보다는 작가의 생각이나 그 안에 깃든 혼이 중요한 분야다. 단숨에 그려낸 듯한 윤명로 작가의 작품과 이 와인에서 비슷한 맥락을 느꼈다.

부커 와이너리는 ‘양조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값비싼 장비나 사람의 재주보다는, 포도밭에서 한 해 정성껏 재배한 포도가 자연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만나 균형 있고 건강한 와인을 만든다는 양조 철학을 지녔다. 자료를 찾아보다가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는데 ‘그리지 않고 비운다’는 예술 철학이 이 와인 메이커의 신념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었다.

올해 진행된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 2탄에서는 미국 와이너리 ‘시부미 놀’과 황규백 작가의 협업이 이뤄졌다. 나사(NASA) 엔지니어 출신의 열렬한 와인 애호가였던 돈 로스는 은퇴 후 미국 나파밸리의 세인트 헬레나 인근에 위치한 부지와 오래된 곳간 건물을 사고 시부미 놀을 설립했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본 책에서 ‘시부미’라는 단어가 ‘단순함으로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뜻을 지닌 걸 알고, 와이너리 이름을 시부미 놀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소박하지만 완벽함을 추구하는 농장을 꾸려가고자 한 것이다.

62세의 나이에 자신만의 와이너리를 세운 돈 로스는, 자신이 만든 첫 와인을 나파 밸리 컨트리 클럽의 한 골프 프로에게 선물했다. 그 와인이 우연한 기회에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의 시니어 에디터 손에 들어갔고, 블라인드 시음회에서 92점의 점수를 받았다. 이후 2005년 첫선을 보인 샤르도네는 97점을 받으며, 당시 나파 지역 화이트 와인으로는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 샤르도네를 비롯해 프랑스 부르고뉴의 소박한 농가를 연상케 하는, 붉은 체리의 달콤한 향을 지닌 피노 누아, 코끝까지 길고 아름다운 여운을 남기는 까베르네 소비뇽이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 2탄에서 황규백 작가의 작품과 만났다.”

 

그림과 와인을 함께 향유하는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 상품을 모델들이 들고 있는 모습. 1탄엔 김창열 작가의 ‘물방울’, 윤명로 작가의 ‘바람부는 날’, 박서보 작가의 ‘묘법 No.170903’ 작품이 매칭됐다. 사진 = 이마트

-프로젝트 성과는?

김시균 팀장 “프로젝트 1탄을 론칭했을 당시엔 와인과 추상미술 두 분야 모두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두 분야를 합쳐 놓으니 오히려 ‘재미있다’ ‘궁금하고 마셔보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와인 매장에 진열된 수백 종류의 와인들 중 궁금증, 호기심을 자아내며 눈길을 끌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황규백 작가, 시부미 놀과 협업해 진행한 2탄 또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와인 레이블에 입혀진 작품들이 목가적이고 우아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1855년 이미 1등급을 부여 받은 ‘샤토 무통 로칠드’는 1945년부터 매년 피카소, 앤디 워홀, 샤갈, 미로, 달리 제프 쿤, 리히텐슈타인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그려낸 레이블을 붙인 와인을 내놓아, 와인 애호가뿐 아니라 미술 컬렉터들의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세계 L&B의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도 와인과 미술을 사랑하는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테이스팅, 취향의 발견’전 현장. 사진 = 김금영 기자

-올해엔 작가들의 작품을 입힌 와인 상품 출시에서 더 나아가 서울문화재단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예술가 창작 활동 지원에 나섰다. 그 계기는?

이은지 과장 “신세계 그룹은 윤리경영을 토대로 대외적으로는 기부, 내부적으로는 윤리 의식을 실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왔다. 특히 각 계열사별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도 펼쳐 왔다. 복지사각지대 및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상자에게 지원을 이어가는 이마트의 ‘희망배달마차’ 등도 그 예다.

신세계 L&B는 와인과 문화의 연계성에 집중하고자 했다. 와인과 예술은 서로 닮은 점이 많다. 오브제와 사람의 지혜가 만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는 점이 같다. 작가의 개성과 스토리가 작품에 반영되듯이, 와인이 지닌 스토리와 역사도 마시는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와인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와인을 마시고 즐기는 것이 어렵고 벽이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다.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다. 닮은 이 두 분야가 만나 이뤄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와 이를 통한 사회공헌에 집중해 보려 했다.”

 

폴딩크래프트(신예선, 김서윤)팀의 작품이 설치된 모습. 금속과 섬유 매체의 이질적인 속성을 조화롭게 꾸리는 시도를 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테이스팅, 취향의 발견’전은 공예 분야에 주목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은지 과장 “공예 분야는 다양한 예술 장르 중 가장 일상에 가까워 친근하면서도 지원이 열악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 일상의 오브제가 지닌 가치를 끌어내보고 싶었다. 스토리와 창작 열정이 가득한 공예 작가들을 지원하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오브제가 와인을 즐기고 사랑하는 고객에게 또 다른 경험과 감동을 주길 원했다.

서울문화재단과 공예분야 예술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이번 공모전을 진행했다. ‘신당 창작 아케이드’ 입주 예술가의 작업에 주목하고, 개인의 취향과 문화를 담은 ‘테이블웨어 및 와인문화’를 주제로 공예 상품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후속 지원 사업으로 전시를 기획했다. 공예 작가들에게 작가 간 협업 및 교류 활성화를 통해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실제 매장에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작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상품화 등 여러 지원을 통해 작가들이 더 활발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와인 테이블 위 아름다운 촛대는 메세(곽종범, 최유진)팀의 작품이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전시 기획 과정에서 신세계 L&B는 어떤 역할을 담당했나?

이은지 과장 “우선 기업이 기부하는 기부금을 투명하고 적절하게 배분하기 위해 파트너로 서울 문화재단을 선정했다. 7월 각 사 업무 협약을 통해 해당 지원 사업이 확정됐고, 재단과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공모전 진행, 홍보, 전시 기획 등을 진행했다. 작가 선정 및 심사 과정은 투명성을 위해 재단에서 진행했고, 당선작 전시는 와인앤모어 매장과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신세계 L&B에서 디스플레이 등의 의견을 많이 제시했다. 또한 각 사가 가진 여러 매체를 통한 홍보를 통해 많은 분들이 전시에 와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

 

담다(이재훈, 정윤교)팀은 와인을 담을 수 있는 버켓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갤러리, 미술관이 아닌 와인앤모어 청담점에서 전시를 선보인 이유는?

이은지 과장 “공예작품을 대중이 보다 친숙하게 접하도록 돕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됐다. 라이프 스타일 디자이너에게 자문을 구해 쇼케이스 안에 작품을 가두지 않고 매장 내부에 작품이 잘 배치될 수 있도록 꾸렸다.

매장을 찾은 많은 고객들로부터 ‘와인매장에서 전시회가 열려 신선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아울러 작가들도 판매매장에서 고객 반응을 직접 볼 수 있기에 그 결과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가졌다. 창작품들이 기성품으로 나온 와인 액세서리나 테이블웨어와는 다르게 실용적이면서 심미적이기도 해 구매하고 싶다는 고객들도 많았다.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예술작품이 우리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하는 것이 전시의 목표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고객이 개인의 취향을 발견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테이스팅, 취향의 발견’전은 공예, 디자인 분야를 지원하고자 신세계 L&B와 서울문화재단이 함께 기획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추후 아트 마케팅과 관련된 계획 및 목표는?

이은지 과장·김시균 팀장 “내년에도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신세계 L&B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공예작가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첫 시행한 만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진정으로 공예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고 고객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더 나은 문화예술지원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신세계 L&B의 좋은 와인과 접점에 있는 작품들을 매칭해 더 많은 고객이 ‘아트 앤 와인’을 소장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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