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업 ①] 여성 신인작가의 재능이 꽃피는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동서식품, “예비 작가들의 문학 활동 장려”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20.07.09 10:18:03

기업에 책장 넘기는 소리가 가득하다.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 및 지원하고, 사내 직원들의 문학 활동을 장려하며, 올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독서 장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문학의 꽃이 여기저기서 만개했다.

동서커피 문학상 →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30여 년의 발자취

 

‘제15회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의 부대 행사로 마련된 온라인 ‘멘토링 클래스’에 참여한 은희경 소설가(왼쪽), 이은선 작가. 사진 = 동서식품

“20년 만에 작가의 꿈을 이뤘습니다.”

부둣가에 건조되고 있는 물메기를 지키는 개들과 취업을 준비하는 자신의 처지를 엮어낸 작품 ‘개들이 짖는 동안’으로 대상을 수상한 이은정 작가가 벅찬 수상 수감을 밝혔다. 이 작가는 “올해로 글을 쓴 지 20년인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해 오늘과 같은 결과를 맞이해 기쁘다”며 “마치 친정이 생긴 것처럼 든든하다. 저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글을 쓰고자 하는 분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작가로서의 꿈을 한 발 내딛도록 도움의 발판을 마련한 이 자리는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이었다.

동서식품에 커피 향과 더불어 문학의 향기가 가득 찼다. 동서식품은 10월 5일까지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작품을 공모한다. 재능 있는 작가 발굴을 목적으로 1989년 시작돼 30여 년 동안 맥락을 이어오며 올해 15회를 맞은 자리다.

 

‘제15회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공식 포스터. 사진 = 동서식품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의 원래 이름은 ‘동서커피 문학상’으로, 동서식품의 회사 성격이 보다 드러났다. 하지만 지난 11회부터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이하 동서문학상)으로 공식 명칭을 변경했다. 관련해 동서식품 측은 “기존 ‘커피’에 국한돼 있던 대회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동서식품이 동서문학상을 통해 집중하고자 한 건 무엇일까? 바로 ‘여성 신인문학상’으로의 정통성 강화다. 동서문학상의 모태가 1973년 시작한 ‘주부에세이’였다는 점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동서식품 측은 “‘생활 속에 향기를 더하는 동서식품’이라는 기업 슬로건 아래 문화 사업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관련 행사를 열어 왔다”며 “이 일환에서 1989년 창립 21주년을 맞아 1회 동서문학상을 마련했다. 여성에게 문학을 통한 자기 계발의 장을 제공한다는 목적 아래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공모를 시행했고, 커피와 연관되는 내용을 소재로 시와 수필 등 두 부문에서 작품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제14회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시상식 현장. 동서문학상은 대상과 금상 수상자에게 한국문인협회 입회 자격의 특전을 부여한다. 사진 = 동서식품

커피 업계에서 여성 소비자가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굳건하다. 지난해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커피전문점 현황과 시장여건’ 보고서에 따르면 커피 소비자의 53.5%는 “습관처럼 커피를 마신다”고 응답했고, 1인 가구의 커피 관련 소비 지출액은 2014년 4473원에서 2018년 1만 3012원으로 약 세 배 증가했으며, 1인 가구 중에서도 특히 여성과 50~60대의 소비지출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동서식품이 새 커피 브랜드로 ‘카누’를 내놓을 당시에도 “원두커피와 인스턴트 블랙커피를 좋아하고 커피전문점을 자주 이용하는 20~40대 여성이 주 공략층”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2018년 4월 오픈해 2년간 누적 방문객 수가 약 40만 명에 이르는 맥심의 브랜드 체험 공간인 ‘맥심 플랜트’의 포인트 가입 정보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 중 20~30대 여성의 비율이 약 60%에 이르는 등 젊은 여성 고객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서식품은 기성작가와 예비작가가 함께 문학 명소를 찾아가는 ‘문학기행’을 진행해 왔던 바 있다. 사진은 ‘제14회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당시 충청도 지역에서 진행됐던 문학기행 현장. 사진 = 동서식품

이렇듯 커피를 즐기는 여성 소비자들의 관심을 단순히 제품으로만 끌어들이는 일차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동서식품은 자연스럽게 문학으로 연결시켰다. 즉 문학과 커피가 어우러진 동서식품의 문화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각인시킨 것. 동서식품 측은 “문화적 사회 공헌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오랜 기간 동안 동서문학상을 지속해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동서문학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꾸준히 높아져 왔다. 30여 년 동안 접수된 작품은 22만 편 이상이고, 수상자는 60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지난 14회 동서문학상에는 총 1만 9000여 편의 작품이 접수되는 과거와 비교해 보다 늘어난 사람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이를 통해 동서식품 브랜드 또한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각인됐다.

온라인 ‘멘토링 클래스’로 응모자 창작 활동 지원

 

온라인 ‘멘토링 클래스’ 포스터. 이성복 시인, 은희경 작가, 황선미 작가, 김홍신 작가가 참여했다. 사진 = 동서식품

형식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문학상으로서의 권위 및 지원도 갖춰 왔다. 동서문학상의 이름을 바꾼 것을 비롯해 개최 7회째부터 대상과 금상 수상자에게 한국문인협회 입회 자격의 특전을 부여하고 있다. 동서식품 측은 “1994년 2회 대회를 계기로 여성의 문학 활동 참여와 표현의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2년마다 열리는 정례행사로 굳어져, 문학에 관심 있는 많은 여성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며 “회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을 가진 참가자들이 시, 소설, 수필, 아동문학 등 각양각색의 작품을 응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1회 공모전 때는 커피 관련 주제 작품으로 한정됐으나, 점차 주제의 폭을 넓혔다. 올해 공모전은 자유로운 주제 아래 시, 소설, 수필, 아동문학(동화, 동시) 등 총 4개 부문의 작품을 접수 받는다.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동서문학상 홈페이지 또는 우편을 통해 작품을 응모할 수 있다. 당선작은 10월 26일 동서문학상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되며, 대상에게 주어지는 1000만원을 포함해 총 484명의 수상자에게 79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대상 및 금상 수상자는 문예지 ‘월간문학’ 12월호에 작품 발표를 통한 등단 및 한국문인협회 입회 자격을 부여한다.

 

올해는 예비작가와 기성작가가 문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온라인 ‘멘토링 클래스’가 마련됐다. 사진 = 동서식품

또 동서식품은 응모자들의 창작 활동을 돕기 위한 부대 이벤트로 ‘멘토링 클래스’를 6월 19일과 26일 오후 6~9시 진행했다. 기성작가와 예비작가가 함께 문학명소를 방문하고 문학작품 퀴즈를 푸는 ‘문학기행’도 진행해 왔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온라인 ‘멘토링 클래스’를 마련했다. ‘서정시의 대가’로 불리는 이성복 시인, 베스트셀러 ‘새의 선물’로 알려진 은희경 작가를 비롯해 세계 29개국에 발간된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 작가, 동서문학상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김홍신 작가가 차례로 출연해 문학과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동서문학상 공식 유튜브와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밖에 온라인에서 기성 작가에게 직접 글쓰기 지도를 받을 수 있는 ‘멘토링 게시판’, 지도 작가의 육성으로 멘토링을 들어보는 온라인 문학 라디오 ‘동서문학 멘토링 팟캐스트’ 등 참가자들의 문학적인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선보였다.

 

‘제14회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이은정 작가. 수상 당시 “마치 친정이 생긴 것처럼 든든하다. 저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글을 쓰고자 하는 분들을 돕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 = 동서식품

동서식품 측은 “멘토링 클래스는 국내 문학계의 거성들이 등단을 꿈꾸는 예비 작가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문학과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와 글쓰기 노하우를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올해 클래스는 ‘삶이 문학으로 싹트는 순간’을 주제로 문학과 창작에 대한 강연과 토크를 펼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며 “온라인 시청자들이 실시간 댓글로 직접 궁금한 점을 묻고 작가들이 피드백을 하는 등 활발한 참여가 이어졌다. 클래스의 주요 내용은 추후 동서식품 공식 유튜브 계정해 업로드돼 방송을 놓친 사람들도 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동서문학상을 통해 많은 작가들이 탄생해 문학의 꿈을 펼쳤다. 10회 대상 김경희 작가는 방송 및 여행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12회 대상 최분임 시인은 최근 ‘실리콘 소녀의 꿈’을 출간하고 시흥 문학 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앞서 언급된, 2018년 14회 문학상에서 ‘개들이 짖는 동안’으로 대상을 수상한 이은정 작가는 지난해 수필집 ‘눈물이 마르는 시간’을 발간하기도 했다.

 

‘2018 한국메세나대회’에서 동서식품 이광복 대표(오른쪽)가 메세나대상(대통령표창)을 받는 모습. 사진 = 동서식품

동서문학상은 2010년엔 수많은 작가를 배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12월 8일 한국문인협회로부터 감사패를 수상했다. 2018년엔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받아 ‘2018 메세나대상’에서 대상인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문학과 동서식품의 만남은 이처럼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이뤘다.

동서식품 측은 “동서문학상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공연장을 찾아 무료 클래식 공연을 여는 ‘동서커피 클래식’, 국내 바둑계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 마련한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등 꾸준하게 문화 예술 분야를 지원하며 국내 문화적 토양이 보다 비옥해지는 데 기여해 왔다”며 “특히 동서문학상은 동서식품의 대표적인 문화 사회공헌 활동으로 30년을 넘게 이어 왔다. 앞으로도 예비 여성 작가들의 문학 활동 참여와 표현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학에 관심 있는 많은 여성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문화 예술 분야 지원을 적극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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