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기업 ③] 작가이자 멍냥집사 홍끼, 제주에서 롯데갤러리 온 사연

첫 개인전 ‘노곤하개’전 열고 제주일상, 제작현장 등 공개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20.08.03 15:31:40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591만 가구(26.4%)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고, 계속 증가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1조 8000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도 올해 6조원 규모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 이상 동물은 ‘사육’하는 게 아닌 ‘공존’해야 할 생명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동물 복지와 관련된 캠페인들이 전개되고 있다. 또 동물과의 ‘건강한 공존’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주요 타깃으로 한 반려동물 시장도 다양한 형태로 마케팅을 전개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 움직임에 주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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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멍냥집사 홍끼, 서울 롯데갤러리로

 

홍끼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롯데갤러리 에비뉴엘 아트홀. 사진 = 김금영 기자

“멍멍!” “야옹!” 활기찬 동물들의 소리가 전시장에 한바탕 울려 퍼지는 듯하다. 네이버웹툰에서 만화 ‘노곤하개’를 연재해 온 홍끼(본명 홍현지) 작가가 첫 개인전을 롯데갤러리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8월 30일까지 여는 것.

작가인 홍끼의 또 다른 정체성은 스스로도 언급하듯 ‘멍냥(멍멍이+고양이) 집사’다. 남편 종구와 반려견 재구·홍구, 반려묘 줍줍이·욘두·매미와 함께하는 자신의 일상을 웹툰에 2017년 12월부터 올해 초 연재 완료된 시즌 3까지 꾸준히 담아 왔으며, 단행본은 8권까지 출간됐다. 이번 전시는 기존 웹툰에서 볼 수 있던 그림체를 담은 작품 100여 점을 비롯해 다채로운 색감으로 표현한 제주도 해변, 돌담길, 바닷속 풍경 등 작가의 신규 아트워크 13점도 함께 선보인다.

 

홍끼 작가가 네이버웹툰에 연재해 온 ‘노곤하개’는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하는 작가의 일상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롯데갤러리 이현지 큐레이터는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고민하다가 대중적인 웹툰과의 만남을 기획했다. 이에 네이버 측과 접촉했고, ‘노곤하개’의 홍끼 작가를 추천받았다”며 “웹툰은 매주 연재되다보니 빠르게 마감을 해야 해서 작가 스스로가 더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나 실제 취향을 아쉽게 놓칠 때도 있다. 이번 전시는 그런 점에 주목해 웹툰과는 또 다른, 일러스트 작가로서의 작가의 진지한 작품 세계에 다가가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롯데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올라가다가 맞닥뜨린 제주도의 풍경. 그곳이 홍끼 작가의 ‘노곤하개’전 현장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현 보금자리인 제주도를 전시장의 대표 콘셉트로 잡았다. 제주도의 야자수를 오르거나 유채꽃밭을 달리면서 방긋방긋 웃음 속 손을 흔드는 재구, 홍구, 줍줍이, 욘두, 매미의 모습이 전시장을 둘러쌌다.

 

홍끼 작가가 제주도에서 실제로 사는 집을 그린 그림으로 구성된 포토존. 사진 = 김금영 기자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만날 수 있는 제주도의 돌하르방과 돌담, 그 뒤에 자리 잡은 집으로 구성된 포토존은 실제 작가가 살고 있는 제주도의 집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제주도의 넓고 파란 해변과 그곳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놀고 있는 귀여운 반려동물들의 그림이 보인다. 실제 재구, 홍구, 줍줍이, 욘두, 매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상과 사진들도 함께 마련됐다. 이현지 큐레이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휴가를 포기하고 집에서 쉬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과 활기를 주고자 제주도의 다양한 풍경을 담은 포토존을 이번 전시에 마련했다”고 말했다.

작가가 원고를 그리는 과정 및 실제 웹툰들도 전시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돼 웹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돋운다. 또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가 작업한 신규 작화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전시장에 재현해 놓은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유기동물 후원 섹션 마련…선한 영향력의 힘

 

전시장에 마련된 유기동물 후원 섹션. QR코드를 통해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 가운데 특히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건 네이버 해피빈, 제주동물친구들, 동물권행동카라,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꾸린 유기동물 후원 섹션이다. 전시장 한켠에 고양이, 개를 비롯해 북극여우, 곰 등 다양한 동물들의 사진이 걸렸다.

이 섹션에 설치된 기계를 사진 앞에 갖다 대면, 증강현실 콘텐츠를 제공하는 롯데갤러리의 아티바이브를 통해 그 동물이 실제로 움직이는 영상 및 해당 동물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이 공간에 마련된 QR코드를 활용하면 유기동물 돕기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형태다. 또 사회적 기업인 제주 반려동물 수제간식 업체와 협력해 반려동물 관련 물품도 판매한다.

 

유기동물 후원 섹션에서는 증강현실 콘텐츠를 제공하는 롯데갤러리의 아티바이브를 통해 사진 속 동물이 실제로 움직이는 영상 및 해당 동물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실제로 작가는 유기견 센터에서 봉사하거나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동물을 임시 보호하는 등 동물의 행복과 처우 및 권리에 많은 관심을 가져 왔다. 두 차례에 걸쳐 유기동물을 돕는 목적의 네이버 해피빈 펀딩도 진행했다. 펀딩을 위해 재구와 홍구의 인형 상품을 마련했고, 2018년 말 진행한 해피빈 펀딩엔 기존 목표액을 훨씬 웃도는 참여가 이어졌다. 올해엔 20년 경력의 수의사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견종에 대한 설명과 조심해야 할 유전병, 응급처치 등 반려동물과의 건강한 삶을 위한 내용을 담은 책 ‘출동! 노곤하개’를 만들었고, 이와 함께 반려동물 응급키트로 펀딩을 진행했다.

작가는 웹툰 ‘노곤하개’를 통해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반려동물과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상만을 담지 않았다. 대형견인 홍구와 재구, 그리고 반려묘까지 함께 살아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미화시키지 않고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사회적 기업인 제주 반려동물 수제간식 업체와 협력해 반려동물 관련 물품도 판매하는 아트상품 섹션도 전시장에 마련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예컨대 산책 한 번 시킬 때도 엄청 지치고, 밥이나 약을 먹일 때도 전쟁을 치르는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작가의 모습 및 반려동물과 함께 살 때 지켜야 할 에티켓, 유의사항까지 현실적인 부분들이 웹툰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귀엽다” “예쁘다”는 등의 단순한 이유로 쉽게 반려동물을 들일 결정을 했다가 금방 지쳐 책임지지 않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유기동물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도 깨뜨리고자 했다. 작가와 함께 살고 있는 홍구, 재구는 유기견이었던 들개가 낳았고, 욘두 또한 길고양이었던 어미에게서 태어났다. 유기동물 또는 믹스견이 예쁘지도 건강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편견에 작가는 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을 그리며 당당히 “사랑스럽다”고 외친다.

 

홍끼 작가의 반려동물의 실제 모습을 담은 사진들. 사진 = 김금영 기자

전시 소개글을 통해서도 “웹툰 작가 이전 체육특기 고교생이었으나, 2013년 신경계통 질병을 얻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 할 때 재구와 홍구를 만났다. 소재와 영감은 주로 재구와 홍구가 치는 사고에서 나온다. 반려동물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과 같은 존재로, 가끔은 귀찮고 피곤하게도 만들며 무거운 책임도 안겨준다”며 “하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고 강조했다.

홍끼 작가·롯데갤러리, “인권을 넘어서 생명권으로”

 

전시는 홍끼 작가의 작업 과정 및 웹툰을 볼 수 있게 구성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특히 시즌 3에서는 실제 제주도의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 위험한 방황을 하던 유기견 막맹이(작가가 붙여준 이름)와의 첫 만남부터 막맹이의 출산, 녹록치 않은 막맹이 새끼들의 입양 과정, 꼼꼼하게 입양 절차까지 거쳤으나 파양당해 돌아온 강아지 말랑이의 안타까운 사연까지 현실적으로 보여줬다.

즉 작가의 웹툰 제목 ‘노곤하개’의 ‘노곤’이라는 단어가 언뜻 즐겁고 평화로운 일상을 말하는 것 같지만,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현실적인 집사의 삶이 생명을 책임지는 일에는 결코 노곤할 수가 없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동물을 함께 더불어 사는 존재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함을 강조한다.

 

홍끼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작업한 신규 아트워크가 설치된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이현지 큐레이터는 “처음엔 ‘웹툰과 전시의 만남’이라는 큰 범주 안에 전시가 시작됐지만, 홍끼 작가와 만나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웹툰을 보면서 동물에 대한 작가의 사랑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롯데갤러리도 좋은 취지에 공감했고, 이를 전시에 연결시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장엔 기존 작가의 팬이나 백화점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들른 가족, 동물에 관심이 많거나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했다. 그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관람객의 반응이 있었다고.

 

홍끼 작가는 웹툰 ‘노곤하개’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는 것임을 강조한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현지 큐레이터는 “유기동물 후원 섹션에 ‘인권을 넘어 생명권으로!’라는 글이 적혔다. 동물이 인간의 일방적인 착취와 이용에서 벗어나, 존엄한 생명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라며 “전시를 보러 온 한 할아버지가 ‘인권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지만 생명권은 처음 들어봤다’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생명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봐야겠다’고 했다. 이번 전시의 선한 영향력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전시장 속 재구, 홍구, 줍줍이, 욘두, 매미는 한결같이 활짝 웃고 있는 표정들이다. 하지만 현실은 마냥 웃을 수는 없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 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수와 더불어 유기동물의 수도 2008년 7만 7877마리에서 2012년 9만 9254마리, 2017년 10만 2593마리, 2019년 13만 5791마리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유기동물이 늘어나는 반면 입양률은 낮아지고 있다.

 

웹툰 ‘노곤하개’ 속 반려견 재구·홍구, 반려묘 줍줍이·욘두·매미 캐릭터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 가운데 이번 전시는 다시금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에 진지하게 다가가며, 여기엔 신중한 고민과 책임감이 따라야 함을 강조한다. 작가의 그림 속 환한 표정의 동물들처럼 동물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전시는 “이런 다양한 이벤트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이라고 말하는 홍끼 작가의 캐릭터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유기동물을 돕고 반려동물의 소중함을 깨닫는 자리가 더욱 많아지길 바라는 작가의 염원이 느껴진다.

 

이현지 큐레이터는 “작가의 웹툰을 멀리서 단순히 보면 마냥 귀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며 “롯데갤러리는 기존 백화점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예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전시를 마련해 왔다. 이번 전시는 그에 더해 미적인 매력과 교훈적인 메시지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자리다. 현실 집사에게는 공감을, 랜선 집사에게는 재미를, 더불어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는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이런 다양한 이벤트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이라고 말하는 홍끼 작가의 캐릭터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사진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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