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아트 ① 신세계] 백화점인가 미술관인가…매장 습격한 미술 작품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 명품 매장 리뉴얼…“백화점에서 예술 산다”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20.09.09 11:10:50

요즘 쇼핑은 물건만 사는 데에서 끝이 아니다. 그 공간의 감성까지 즐기며 소비한다. 그 중심에 예술이 있다. 명품 매장 곳곳을 채운 예술 작품부터, 쇼핑 공간에 마련된 전문 갤러리와 미술품 렌탈숍까지, 쇼핑과 아트가 어우러진 현장을 살펴본다.

백화점 → 아트 스페이스로

 

마크 스완슨의 조각 작품이 백화점에 설치된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건물 3층에 들어선 순간 수많은 크리스털이 수놓아진 사슴 조각상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뉴욕,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런던 등 다양한 곳에서 전시를 열어 온 마크 스완슨 작가의 조각 작품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매장 벽, 통로, 라운지 등 발걸음을 옮기는 곳곳마다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품이 공간을 가득 채운 이곳은 갤러리, 미술관이 아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 명품 매장이 새롭게 리뉴얼하며 ‘아트 스페이스’로 거듭났다. 신세계그룹이 예술과 함께 걸어온 역사는 꽤 오래 됐다. 1966년 백화점 본점에 상설 전시장을 개관하며 사진, 공예, 서예, 고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선보였고, 1995년 광주신세계갤러리, 1997년 신세계 인천점 갤러리를 신설했다. 이후 2005년 본점에 백화점 쇼핑공간과 문화홀을 활용해 복합문화 공간을 꾸렸고, 2009년 신세계갤러리 샌텀시티, 2016년 12월 대구신세계갤러리를 개관했다. 2020년 현재는 대구신세계갤러리, 신세계갤러리 샌텀시티, 광주신세계갤러리, 본관 아트월 갤러리를 통해 연간 50여 회 이상의 전시와 아트 이벤트를 통해 관람객과 소통해 왔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 명품 매장이 새롭게 리뉴얼하며 ‘아트 스페이스’로 거듭났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또 대표적인 신세계의 예술 공간으로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이 있다. 2016년 한국무역협회로부터 위탁 운영권을 따낸 신세계프라퍼티는 총 면적 2800m²에 달하는 넓은 공간에 책을 읽을 수 있는 별마당도서관을 꾸렸고, 이 공간에 지난해부터 ‘열린 아트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젊은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높이 8m에 달하는 이은숙, 성병권 작가의 ‘빛의 도시(CITY OF LIGHT)’가 전시 중이다.

여기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이번 리뉴얼로 예술의 물결에 새롭게 합류했다. 3층 명품 매장을 첫 리뉴얼하면서 중심 키워드로 ‘예술’과 ‘쇼핑’을 내세웠다. 신세계갤러리 김신애 수석 큐레이터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미술품을 매장에서 상설 전시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이번 리뉴얼에서 매장과 매장 사이 등 최대한 기존 쇼핑 공간에 작품을 자연스럽게 배치시켰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기존 신세계는 예술 작품 전시를 위해 따로 공간을 크게 할애하는 편이었다. 백화점 내부에 전문 전시를 선보이는 갤러리 공간을 따로 만들었고, 별마당도서관 또한 대형 작품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중심부에 구성한 형태였다.

반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이번 리뉴얼에서 매장과 매장 사이, 통로, 엘리베이터 앞, 라운지 등 최대한 기존 쇼핑 공간에 작품이 자연스럽게 배치시켜 접근성을 높였다. 앞서 2005년 신세계백화점 본관 리뉴얼 뒤 건물 각층 주요 매장에 그림과 사진 작품들을 설치한 적도 있지만, 1050평 대규모의 명품 매장을 예술 작품을 꾸렸다는 점에서 이번 리뉴얼은 확장된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김환기 화백의 ‘메아리’가 전시돼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120여 점 작품 설치에 전문 도슨트까지…“예술도 쇼핑”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본관과 신관을 연결하는 통로엔 대형 작품들이 설치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17개의 벽면으로 구성된 매장 속 아트월은 크게 레드, 라이트 블루, 베이지, 오렌지색 톤으로 구성됐다. 벽에 작품이 걸리거나 벽 앞에 작품이 설치된 형태인데 이질감 없이 백화점 속에 녹아들었다. 김신애 큐레이터는 “기존 3층 명품 매장의 설계 및 건축, 분위기를 고려해 아트월의 주요 콘셉트 색을 선정하고 작품을 배치했다”며 “아트월은 백화점 내부를 산책하면서 마치 갤러리를 걷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신경썼다”고 말했다.

3층 한가운데 고객이 쉴 수 있는 라운지는 백화점의 인테리어와 현대미술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공간으로, 휴식 공간에 예술을 입혔다. 김신애 큐레이터는 “사람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에서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렇게 마음이 편한 집과도 같은 공간에서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라운지를 꾸렸다”고 말했다.

 

광물 원석부터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의 소장품을 정교하게 재현한 아트상품이 설치된 ‘분더캄머’ 공간. 사진 = 김금영 기자

가장 눈길을 끄는 공간은 백화점 신관과 본관을 잇는 통로다. 광물 원석부터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의 소장품을 정교하게 재현한 아트상품 및 대형 작품들이 설치됐다. 독일어로 ‘놀라운 것들의 방’을 뜻하는 ‘분더캄머’ 공간이다. 김신애 큐레이터는 “본래 이 공간은 다양한 브랜드의 매대 행사가 팝업 스토어 형태로 짧은 기간 이뤄지는 장소였다”며 “단기적인 행사로 소비되는 이 공간을 예술 공간으로 꾸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백화점을 채운 작품들은 한 장르에 치중되지 않았다. 회화, 사진, 오브제, 조각, 도자기,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120여 점이 설치됐다. 또 김환기, 양홍규, 윤향로 등 국내 유명 작가를 비롯해 줄리안 오피, 엘리엇 어윗 등 해외 작가의 작품까지 아우르며 고미술과 현대미술까지 품었다.

 

백화점을 방문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매장 곳곳에 작품이 설치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아트월에 설치된 김환기 화백의 ‘메아리’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 중 하나다. 김환기의 1971년 작 푸른색 점화 ‘우주, 5-IV-71 #200’는 지난해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홍콩컨벤션 전시센터에서 연 ‘20세기 & 동시대 미술’ 경매에서 약 132억 원에 낙찰되며 한국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렇게 대가의 작품을 내세우는가 하면, 신세계가 지원하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도 아트 스페이스에 함께 선보이며 예술 지원의 취지도 살렸다.

쇼핑 공간의 전시라고 다소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감상할 수 있는 전시의 폭이 좁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떨치기 위해 신세계는 기존 구축돼 있는 폭넓은 소장품과 전문 인력을 적극 활용했다. 김신애 큐레이터는 “신세계그룹 본사의 미술관팀이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아트 스페이스 현장에는 도슨트가 상주하며 작품에 대한 소개 및 구매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3층 한가운데 고객이 쉴 수 있는 라운지는 백화점의 인테리어와 현대미술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공간으로, 휴식 공간에 예술을 입혔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그는 이어 “현재 설치된 작품은 기존 신세계갤러리 소장품(비매품)과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접촉한 신진 작가의 작품이 1대9 비중으로 구성됐다. 그래서 작품 가격대가 적게는 50만원 대부터 많게는 1억원 대까지 폭넓게 갖춰졌다. 판매 작품 가격대는 30만~4000만원 정도로 구성됐고, 차규선 작가의 ‘화원’이 4000만원으로 가장 비싸다”고 말했다.

시공 초월한 예술적 감성으로 신세계 열다

 

17개의 벽면으로 구성된 매장 속 아트월은 크게 레드, 라이트 블루, 베이지, 오렌지색 톤으로 구성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쇼핑 공간을 예술 공간으로 리뉴얼한 데에는 백화점에 품격을 더하면서 동시에 눈길을 끌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려는 의도가 읽힌다. 예술 작품이 들어선 백화점 3층은 고가의 명품 매장을 내세운 공간이다. 1050평 규모로 리뉴얼한 이곳에서 140여 개의 해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다. 기존 의류 매장 외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분더샵 스테이지’와 다양한 주얼리를 소개하는 ‘주얼리 존’을 새롭게 선보이고, 10월엔 보테가베네타의 의류 전문 매장, 로에베, 알렉산더 맥퀸 등 신규 브랜드도 입점할 예정이다.

여기에 예술을 조화시켜 볼거리를 더했다. 영국 셀프리지 백화점 남성층과 지방시 파리 매장을 설계한 건축가 제이미 포벳이 매장 디자인을 맡은 분더샵 스테이지엔, 프랑스 럭셔리 모자인 ‘메종 미쉘’의 제품과 함께 RMN의 오브제 작품이 함께 전시됐다. RMN은 프랑스와 유럽 내 박물관 및 미술관의 컬렉션을 오브제로 제작해 온 문화예술기관이다. 이처럼 예술 작품들은 3층 매장 내 패션 아이템들과 이질감 없이 어울리며 고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공간의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환기시키는 효과를 낸다.

 

분더샵 스테이지엔, 프랑스 럭셔리 모자인 ‘메종 미쉘’의 제품과 함께 RMN의 오브제 작품이 함께 전시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쇼핑 공간과 예술의 조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신세계의 움직임은 코엑스몰에서도 최근 엿보였다.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부에 설치된 높이 2.8m의 기둥에 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디지털 사이니지를 선보였다. 여기에 르누아르, 반고흐, 모네,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노출하는 ‘큐브나인 미디어아트전’을 8월 30일까지 열었다.

 

스타필드 측은 “스타필드 코엑스몰은 별마당도서관을 통해 다양한 강연 및 공연, 전시 등을 선보이며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왔다”며 “새로 설치한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해 고객들이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머무는 동안 더욱 특별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트월은 백화점 내부를 산책하면서 마치 갤러리를 걷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에 기존 쇼핑 공간을 방문하던 고객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예술로 이어지고 있다. 김신애 큐레이터는 “아트 스페이스가 마련된 백화점 3층엔 패션과 리빙 아이템에 관심이 많은 고객이 주로 방문한다. 특히 요즘엔 쇼핑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싶어 하는 트렌드가 눈에 띈다”며 “이런 고객을 위해 아트 스페이스는 단일화되지 않은, 패션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흥미로운 트렌드를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고객의 다양한 반응이 읽혔다. 현장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도슨트에게 작품 관련 설명을 듣던 도중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보러 왔다. 본래는 갤러리나 미술관에 가야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작품을 백화점에서 쉽게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는 고객도 있었고, 쇼핑을 하러 왔다가 우연히 작품을 보고 “여기에 전시된 그림들은 뭐냐”며 호기심을 보이는 고객도 있었다.

 

회화, 사진, 오브제, 조각, 도자기,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120여 점이 설치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김신애 큐레이터는 “백화점 갤러리의 특성상 방문객의 폭이 다양하다. 기존 신세계백화점의 주요 고객이 쇼핑을 목적으로 방문했다가 예술 작품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본래 전시나 특정 작가에 애정을 보이던 미술 애호가가 전시 관람을 목적으로 백화점을 방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 리뉴얼을 시작으로 아트 스페이스는 상설 전시의 형태로 꾸준히 작품 재배치를 이어가며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신애 큐레이터는 “전시 중간에 작품이 판매될 때도 있고, 중간에 새로운 작가들이 섭외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경우의 수를 반영하면서 평균 일주일에 한 번씩 작품을 재배치하고 있다. 고객의 지루함을 덜고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별마당도서관에 설치된 이은숙, 성병권 작가의 ‘빛의 도시(CITY OF LIGHT)’ 작품. 사진 = 김금영 기자

그는 이어 “앞으로도 고객에게 안전하면서도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러기 위해 아직 시작 단계인 아트 스페이스 공간을 잘 꾸려나가 앞으로 시공을 초월한 예술적 감성을 담은 공간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열린 ‘큐브나인 미디어아트전’ 현장. 사진 =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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