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아트 ③ 현대] 백화점 건물 위로 파란 고래 날아오른 뜻은?

대형 전광판으로 작품 띄우고, 언택트 맞춤형 미술 교육까지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20.09.22 11:22:54

요즘 쇼핑은 물건만 사는 데에서 끝이 아니다. 그 공간의 감성까지 즐기며 소비한다. 그 중심에 예술이 있다. 명품 매장 곳곳을 채운 예술 작품부터, 쇼핑 공간에 마련된 전문 갤러리와 미술품 렌탈숍까지, 쇼핑과 아트가 어우러진 현장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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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건물 외관 가득 채운 미디어아트

 

7월 현대백화점 신촌점 디지털 사이니지에 3D 미디어아트 작품이 상영됐다. 사진 = 현대백화점

고층 백화점 건물에서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건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파란 고래의 영상이었다. 화창한 하늘 구름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고래의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에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거대한 작품에 이끌린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백화점으로도 이어졌다. 현대백화점이 신촌점 유플렉스 건물 외벽에 설치한 디지털 사이니지(공공장소나 상업공간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에 4개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한 시너지 효과였다.

일반적으로 건물의 디지털 사이니지엔 광고 이미지, 영상이 노출될 때가 많다. 현대백화점 또한 광고를 노출하지만, 여기에만 치중하지 않고 예술에 눈을 돌렸다. 앞서 언급된 고래가 하늘을 나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3D 미디어아트 작품과 더불어 미디어아트 작가 김창겸, 육근병, 이이남 등의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 ‘봄의 산책’, ‘낫띵(Nothing)-02’, ‘다시 태어나는 빛 송하망 폭포’ 등이 7월 현대백화점 신촌점 디지털 사이니지를 가득 채웠다.

 

미디어아트 작가 김창겸, 육근병, 이이남 등의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 ‘봄의 산책’, ‘낫띵(Nothing)-02’, ‘다시 태어나는 빛 송하망 폭포’ 등이 전시됐다. 사진 =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신촌점뿐 아니라 무역센터점 외벽 5~12층에도 곡면 형태의 디지털 사이니지를 지난해 2월 100억 원 이상을 들여 설치했다. 크기는 가로 37.4m, 세로 36.1m로 농구 경기장(420㎡) 3배 규모다. 건물 아주 멀리서도 화면의 영상이 보일 정도다. 이 디지털 사이니지에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케이팝 영상과 세계 각국 날씨 정보, 국내 주요 여행지 소개 등 공공 콘텐츠와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광고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이 가운데 영국의 디지털 아트 스튜디오인 유니버설 에브리싱과 협업해 12편의 테마로 구성된 미디어아트 작품 ‘슈퍼 컨슈머’도 제작해 디지털 사이니지에 노출해 눈길을 끌었다. 또 매시 정각엔 병정들의 퍼레이드와 함께 거대한 종을 울리는 것을 표현한 예술 작품인 ‘벨 타워’, 뚜렷한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감각적 예술 작품 ‘스틸 라이프’, 현대백화점 면세점의 이미지를 거대한 풍선으로 표현한 ‘H-벌룬’ 등 자체 제작한 미디어아트 콘텐츠도 함께 송출했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소개하는 방식에 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외벽 5~12층에 걸쳐 설치된 곡면 형태의 디지털 사이니지. 사진 = 김금영 기자

현대백화점은 디지털 사이니지에 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송출함으로써 백화점 일대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며 랜드마크로 거듭나겠다는 의도를 지녔다. 현대백화점 측은 “디지털 사이니지엔 각 시즌에 맞춰 어울리는 미디어아트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 7월엔 여름 시즌에 맞춰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고래 작품을 선보였다”며 “전시 기간을 한정적으로 정해두지 않고, 늘 그때그때 테마에 맞춰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백화점 건물 외부를 광고 이미지로 덕지덕지 채우지 않고 예술을 활용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는 효과도 불러 일으켰다. 특히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고래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했다는 후기가 트렌디한 감각을 바탕으로 인증샷을 찍기 좋아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SNS 곳곳에 타고 흘렀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는 8월 말 MZ세대를 겨냥한 패션 편집숍 ‘피어’를 리뉴얼 오픈했다. 사진 = 현대백화점

20대 대학생 신지호 씨는 “신촌에 놀러갔다가 고래 영상이 나와서 핸드폰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여름과도 잘 어울리고 화면도 커서 사진이 예쁘게 나와서 좋았다. 진짜 하늘을 나는 것 같아 신기해서 영상으로도 찍었다”며 “보통 전광판엔 광고 영상이 질리도록 나와서 흥미가 없는데, 워낙 화면 자체도 크고 거기에 미디어아트가 나오니까 뭔가 스토리도 있는 것 같아 더 관심이 가서 재미있게 구경했다”고 말했다.

미디어아트로 유발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백화점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신촌점 유플렉스는 8월 말 MZ세대(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밀레니얼, Z세대)를 겨냥한 패션 편집숍 ‘피어’를 리뉴얼 오픈했다. 건물 외관에서 예술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내부에서는 MZ세대에서 이슈가 되는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상품과 한정판 브랜드 제품을 선보이며 보다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움직임이다.

갤러리 H와 ‘아트 바이 더 현대’ 이야기

 

6월 현대백화점 목동점 7층 갤러리 H에서 뮤라섹(MULASEC)과 함께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클로드 모네 등의 명화를 재현한 작품을 전시 및 판매했다. 사진 = 현대백화점

그렇다고 건물 외관에만 예술 이야기를 한정지은 것은 아니다. 백화점 내부에도 예술이 꽃을 피웠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 목동점, 미아점, 대구점, 충청점 등 8개 점포에 ‘갤러리 H’를 운영하면서 매년 150회 정도의 크고 작은 미술 전시회를 열어 왔다.

올해 6월엔 목동점 7층 갤러리 H에서 뮤라섹(MULASEC)과 함께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클로드 모네 등의 명화를 재현한 작품을 전시 및 판매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예년보다 전시를 활발하게 열고 있지는 못하지만, 각 지점마다의 상황을 고려해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열렸던 ‘아트 바이 더 현대’ 프로젝트 현장. 사진 = 김금영 기자

지난해 10월엔 ‘아트 바이 더 현대’ 프로젝트 첫선을 보여 화제가 됐다. 국내 유명 현대미술 작가 6인(이성옥, 정욱장, 윤형재, 오원영, 오동훈, 이후창)의 조각, 설치예술, 미디어아트 등 100여 점의 현대미술 작품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매장 곳곳을 채웠다.

고객을 처음 맞는 1층을 비롯해 2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백화점과 입점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한 VMD존이 구성된 3층까지 예술의 향기를 흠뻑 담았다. 특히 3층 통로에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용맹한 동물이 이끄는 썰매를 탄 모습으로 형상화한 오원영 작가의 작품이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오원영 작가의 작품 ‘헤르메스의 썰매’가 현대백화점 통로에 설치됐던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갤러리 H가 전시를 위한 갤러리 공간을 별도로 마련한 형태였다면, ‘아트 바이 더 현대’는 쇼핑을 하면서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쇼핑 공간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형태를 취해 차별화를 뒀다.

현대백화점 측은 “지난해 ‘아트 바이 더 현대’ 프로젝트의 첫선을 열었고, 아직 2회는 열리지 않았다. 프로젝트 1회 당시 ‘백화점 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볼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 ‘예술 작품으로 꾸며진 전통 있는 해외의 유명 백화점이 떠올라 인상 깊었다’ 등 고객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며 “추후 또 좋은 기회와 콘텐츠가 있으면 프로젝트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택트 시대에도 예술은 멈추지 않는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지난 7월 미술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언택트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진 = 현대백화점

이처럼 현대백화점의 예술에 대한 관심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진 가운데 올해엔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형태로 예술 끌어안기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 5층에 어린이 대상 정부등록 1종 미술관인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엔 이 공간을 활용한 전시를 활발하게 꾸려 왔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직접 작품 감상하기에 어려운 환경을 맞이했다.

이런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에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지난 7월 미술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언택트 서비스를 제공했다. 건축을 주제로 해외 유명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말도 안 돼! 노 웨이!’를 오디오 VR 전시 콘텐츠로 선보인 것.

이 서비스는 현장을 직접 둘러보듯 360도 회전하는 영상과 전문 큐레이터의 요약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서비스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가상의 전시 공간에 자신의 모습을 합성하는 크로마키(화면 합성 기술) 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MOKA 전시 VR 투어’도 함께 진행했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 측은 “코로나19 여파로 미술관 방문을 못하는 관람객을 위해 이번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언택트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임직원이 직접 그림책 도슨트(해설사)로 참여하는 ‘파랑새 도슨트’ 봉사활동은 올해 언택트 형태로 진행됐다. 사진 = 현대백화점

이밖에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예술 교육을 진행하는 ‘언택트 교사 워크숍’부터 현대백화점 임직원이 직접 그림책 도슨트(해설사)로 참여하는 ‘파랑새 도슨트’ 봉사활동(파랑새가 읽어주는 그림책 이야기)까지 예술 관련 교육 및 봉사 활동도 7월 언택트 형태로 진행하는 등 현대백화점의 예술 끌어안기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브랜드와 상품 경쟁만으로는 기존 백화점이나 다른 유통 채널과 차별화하기 어렵다. 예술 기획을 통해 각 점의 쇼핑 공간을 즐거운 체험 공간으로 접목할 수 있는 전시를 이어나가기 위해 새로운 시각에서 연구하고 있다”며 “백화점을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켜 백화점을 찾는 방문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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