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롯데백화점 ‘예술 해독제’전 현장에 서서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20.10.29 13:15:38

한 관람객이 롯데백화점 강남점 ‘예술 해독제’전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수많은 예술 현장을 방문했지만 주요 목적은 취재였다. 그렇기에 많은 전시를 감상하면서도 작품과 상호작용하거나 어떤 이벤트에 참여할 생각은 뒷전이었다. 그런데 어떤 작품 앞에 물끄러미 서서 생각에 잠겨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에서 열린 ‘예술 해독제’전 현장이었다.

백화점이 예술 관련 이벤트를 여는 건 오늘날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롯데를 비롯해 현대, 신세계 또한 단순 갤러리, 미술관 등 정형화된 공간을 벗어나 백화점 매장에 작품을 전시하는 데 힘을 쏟아 왔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최근 200억 규모의 예술 작품 전시 및 판매를 진행하는 ‘아트 뮤지엄’을 선보였고, 아울렛과 미술관을 결합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도 11월 문 열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8월 강남점 리뉴얼을 통해 명품 매장 곳곳에서 미술품을 상설 전시 및 판매하면서 명품 매장 매출이 한 달 새 37.1% 신장하는 효과를 이뤘다.

 

‘KF-94 팩토리(FACTORY)’에 ‘디톡스 유어 라이프’라 적혔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 가운데 매장 내 전문 갤러리, 뮤지엄을 통해 작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여 온 롯데는 이번에 ‘예술 해독제’전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예술로 해독한다’는 게 주요 테마였다. 여기서 또 내세운 게 단순 작품 감상에서 더 나아간 참여형 형태다.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 작가인 ‘도파민 최작가’와 정경우 작가의 팀 ‘키치팝’이 만든 대형 예술 작품 ‘KF-94 팩토리(FACTORY)’는 고민을 적어 작품에 넣으면 대신 부정적 에너지를 분쇄해주고, 이를 행복 에너지로 전환시켜준다는 콘셉트를 지녔다. 이에 작품 옆에 작은 우체통과 엽서, 그리고 글을 적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됐다. 사연을 적어서 우체통에 넣으면 추첨을 통해 작가가 해독 드로잉을 선물한다.

참여형 형태의 전시 현장 방문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평소대로라면 취재를 위해 급히 사진을 찍고 바쁘게 일정 이동에 발걸음을 이어갔을 터였다. 그런데 사진을 찍다가 ‘고민을 대신 분쇄해준다’는 작품의 콘셉트가 눈길을 끌었다. 자연스럽게 우체통 앞에 발걸음이 멈췄고, 사연을 적는 엽서에도 저절로 손이 갔다. 특히 ‘고민이나 걱정거리, 혹은 당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달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왔다. 왜 그랬을까.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참 많이도 변화시켰다. 가뜩이나 이기주의, 개인주의가 언급되는 사회였는데, 질병 감염 예방을 위해 사람들은 더욱 문을 걸어 잠그고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게 됐다. 이로 인해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이에 성격을 맞춘 ‘언택트 마케팅’이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고민을 적을 수 있는 엽서와 우체통이 전시장에 함께 비치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비대면 사회는 어찌 보면 편리한 측면도 있었다. 직접 매장에 가서 물건을 사지 않아도, 밥을 먹기 위해 음식점에 갈 필요도 없었다. 거의 집밖에 나오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소비 시스템이 구축됐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좋았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이 삭막해진 측면 또한 있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에 제한이 생기고, 타인과의 접촉도 꺼리게 되면서 점점 마음에 답답함이 쌓여져 가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일컫는 ‘코로나 블루’, ‘코로나 앵그리’라는 용어 또한 나왔다.

은연 중 필자도 이런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나 보다. 이토록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줄도 몰랐다. 금방 마스크를 벗고 즐겁게 일상을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본연의 일상은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어 답답하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코로나19로 각종 일정이 취소돼 왔던 가운데 오랜만에 나온 현장에서 ‘답답한 마음을 토해내보라’는 작품을 마주하니 마치 작품이 말을 건네는 느낌이었다. 숨을 고르고 잠시 작품 앞에 멈춰 서서 요새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돌아보는 시간은 예상치 못했던 평온을 줬다.

값비싼 작품을 보는 것도, 아주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도, 대규모 전시를 보는 것도 모두 좋아한다. 하지만 이번 ‘예술 해독제’전이 최근 방문했던 전시 현장들 중 유독 인상 깊었던 건 이번 전시의 주요 콘셉트인 예술로 인한 치유 기능을 여실히 느낀 덕분이었다. 시의성에 맞는 주제 및 형태로 작품과 소통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마주했던 답답한 상황, 이로 인해 막혔던 소통의 응어리가 잠시나마 따뜻하게 풀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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