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19 시대, 매력적인 매장은 살아남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될 곳은 된다”는 현장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20.12.03 15:29:13

맥심 플랜트를 찾은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고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확 바꿨다. 일단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밖에 도통 나가질 않게 됐다. 본래 집밖에 잘 나가지 않던 ‘집콕족’이라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음식과 생필품은 배달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장기화되는 코로나19는 가슴을 점점 답답하게 했다. 특히 대형 매장은 더욱 답답한 상황을 맞았다. 이전엔 좋은 터에 세워진 큰 건물이 강점이었지만, 길거리에 사람이 없어지고 이에 따라 매장에 이어지는 고객의 발걸음도 확 줄어들면서 큰 공간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는 역풍을 맞은 것. 장사가 되지 않아 자리가 비워져도 ‘임대’ 큰 두 글자만 붙은 곳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동서식품이 맥심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마련한 맥심 플랜트 외관. 사진 = 김금영 기자

이 가운데 사람들 사이 도는 말이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될 곳은 된다”고. 전 세계적 재난을 맞은 상황이지만 붐비는 곳은 여전히 붐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안 오고 못 배길걸]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찾은 현장들이 그랬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을 내세운 온라인 마케팅이 강화되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오프라인 장소들이 존재했다.

그간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동서식품이 맥심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마련한 맥심 플랜트 등을 방문했다. 백화점 업계의 경우 기존에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고객 유치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왔던 터였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온라인 마케팅, 배달, 구독, 드라이브 픽 서비스 등 비대면 전략을 강화했지만, 기존 오프라인 매장 마케팅도 포기하지 않았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에서 열린 ‘예술 해독제’전 현장. 사진 = 김금영 기자

특히 예술과의 조화가 눈길을 끌었다. 현대백화점은 200억 규모의 전시를 매장에 유치하면서 쿠사마 야요이의 원화 작품도 선보여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까지 끌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강남점 리뉴얼을 거치면서 명품 매장 곳곳에 작품을 배치하는 아트 스페이스로 거듭났다. 본래도 기획전을 많이 열어 왔던 롯데백화점은 전시 콘셉트에 ‘힐링’을 적용했다.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를 전하는 의도를 담아 예술 방역을 펼쳤다.

가장 최근 방문한 맥심 플랜트는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1층 전면의 큰 유리창은 외부와 이어지는 듯한 개방감을 줬고, 건물 안 곳곳엔 초록색 식물들이 싱그러운 기운을 뿜어냈으며, 매장 곳곳에 커피와 관련된 예술 작품을 배치해 연관성도 살렸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이태원에 갈 때마다 종종 이 건물을 방문하곤 했는데, 이번에 취재를 위해 찾았을 때도(코로나19 1단계 당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매장에서 이런 것까지 가능해?”

 

최근 작품 재배치가 이뤄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아트 스페이스’ 현장. 사진 = 김금영 기자

매장은 일차적으로는 물건을 판매, 구매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를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일차원적 접근은 예전만큼 고객에게 통하지 않는다. 과거 꼭 오프라인을 찾아 물건을 사고 파는 데에 익숙했던 세대를 지나, 현재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소비에 익숙한 세대가 주요 고객층으로 바뀐 영향도 크다.

그렇기에 오프라인 매장은 비슷한 물건을 팔고, 비슷한 업종일수록 마음, 더 나아가서는 몸까지 움직이게 할 만한 특별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음식이 정말 맛있는 곳은 ‘맛집’으로 소문나 긴 대기 시간에도 불구하고 먼 곳에서도 사람들이 알아서 매장을 찾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은 반려동물 전용 공간인 ‘펫파크’를 마련했다. 사진 = 현대백화점

그래서 코로나19 시대 속 오프라인 매장들은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예처럼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앵그리가 만연해진 분위기 속 예술을 활용해 고객의 감성을 건드린 마케팅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장에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하면서 작품이 전면적으로 배치된 3층 명품 매장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7.1% 신장하는 효과를 봤다. 예술 작품 판매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 평균 일주일 단위로 작품을 재배치하고, 기존 120여 점에서 2배 이상 작품을 들여놓았으며, 작품을 통한 매장의 이미지 고급화 효과도 누렸다. 맥심 플랜트의 경우 건물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11월 제39회 ‘서울시 건축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비단 예술 활용뿐 아니라 오프라인 마케팅은 다방면에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주목할 만한 했던 것이 국립현대미술관이 전개한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이다.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소중한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장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 예로 현대백화점도 경기도 남양주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을 열면서 반려동물 전용 공간인 ‘펫파크’를 마련했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 전경. 사진 = 박수환, 이미지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의 불가침 영역처럼 느껴졌던 곳이 있으니, 바로 작품 전시장이다. 이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술관 공간 일부를 반려 동물과 함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해 눈길을 끌었다. 관련해 “생애 처음 반려동물과 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갔다” 등의 후기들이 SNS를 타고 흘렀다.

코로나19가 보다 빠르게 촉진시킨 삶의 변화는 이처럼 기존 오프라인 마케팅의 제한을 점차 부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매력적인 매장은 살아남는다’는 공식 아래 “매장에서 이런 것까지 가능해?”라며 놀랄 일이 바로 오늘 또 생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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