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첫 집 연대기

다아트 최영태 기자 2021.03.29 13:58:41

박찬용 지음 / 웨일북 펴냄 / 316쪽 / 1만 5000원

저자는, 정원은 있지만 호화롭지 않은, 대학가 수준 임차료의 오래된 단독주택 2층을 얻고 “돈을 주고 벌칙을 산 기분”을 느끼지만, 공간을 채우는 모든 선택에 난생처음 주도성을 느낀다. 화장실에 이탈리아산 타일을 깔고, 스위스에서 온 의자를 빈방에 두고, 종이 박스 위에서 원고 작업을 하면서도 “의자가 예뻐서”라며 기쁨을 표현한다.

오래된 월셋집에 시간과 돈을 들이며 집을 고치고 채우는 과정을 본 사람들은 놀라거나 황당해한다. 하지만 저자에게 이 과정은 ‘곤궁한 현실 앞에서 한발 물러서는 취향’, 자신만의 삶을 살고자 하는 고집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건 내 어쭙잖은 기호와 취향이 아닌 내 태도와 행동과 그 이유였다. 내가 무슨 의자를 골랐는데 그게 누가 어디서 만든 물건인지, 내가 무슨 타일을 골랐는데 그게 얼마나 훌륭한지, 그런 건 이 책에 나오긴 하지만 내가 전하고픈 메시지는 아니다. 나는 선언하거나 제안하는 대신 대응하고 적응하려 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 이런 것들을 적어두고 싶었다.”

이야기는 작가가 얹혀살던 부모 집에서 ‘나가기’(1부)로부터 시작한다. 독립적인 거처를 구한 뒤 고치고(2부) 채우면서(3부) 그는 느리지만 확실한 내면의 변화를 발견한다. 자신의 동선을 바꾸고 택시를 덜 타게 되면서 책을 더 읽게 되었다. 아파트의 편안함 대신 관리해야만 하는 낡은 집에서, 거미줄을 걷어주면서 그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온몸으로 생명의 대단함을 받아들인다. 주거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한 지붕을 공유하는 특이한 건물주와의 어려운 관계 속에서 의사소통 기술도 배운다. 집주인과 임차인 간의 건널 수 없는 틈은 있어도 삶의 장애물은 아니라는 일깨움이다. 2년 계약 만료 뒤 2년 더 연장해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이란 것이 결코 숫자의 세계만이 아니라는 것, 집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거나 삶을 배울 수 있다는 의미를 주는 내용이다.

저자 박찬용은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1987년부터 서울에 살았다. 2010년 서강대 영미어문학과를 졸업하며 여행 잡지, 시계 잡지. 남성 잡지 등에서 에디터 일을 했다. 펴낸 책으로는 ‘요즘 브랜드’(2018)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2020)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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